◎경제개혁 美 공증 ‘新밀월시대’/美 투자협정·금융지원 약속 한국신인도 제고/對北정책 혼선 해소, 개방촉진책 가속화 할듯10일 새벽(한국시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가진 한미 정상회담은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둔 성공적인 회담이었다.
클린턴대통령은 김대통령의 개혁·개방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행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제시, 우리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김대통령은 보호주의 보다는 미국이 추구하는 개방경제 체제에 적극 동참하는 방식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미국의 대한(對韓)지원에 명분을 제공했다. 정부는 특히 미국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를 밝힘으로써,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공증」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정책 클린턴 대통령이 밝힌 7가지 경제지원 조치중 다음달부터 협상이 본격화할 한미 투자협정은 우리 경제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짐으로써 금융기관 및 기업 등 민간 부문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투자협정은 94년 미국측이 제의했으나 시장개방을 꺼린 우리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지연돼 왔다. 투자자에 대한 내국인 대우, 자유로운 송금 보장, 지적 재산권 보호 등을 보장 하는 것등 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측은 협정체결을 통해 외환위기 해결 이후 장기적인 경제회복을 위해 불가결한 첨단 기술의 이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이 필요할 경우 긴급히 금융지원에 나서겠다』며 이른바 「2선지원」의사를 재확인한 것도 우리의 신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386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사태등으로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측의 보장은 국가신용도를 높이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 노동권 보호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지난 7년간 중단됐던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의 대한사업이 재개됨으로써 연간 2억달러 상당의 미국투자를 미연방정부가 보증해 줄 수 있게 됐다.
한미경제협의회의 재가동, 미국의 대한조사단 파견, 한국 유학생에 대한 취업 기준의 완화 등은 우리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지원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상징적」조치들이다.
■대북(對北)정책 양국정상은 유화기조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과 미국의 「대북(對北)포용정책」이 모두 북한의 개방을 재촉하자는 공통된 전략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달말께 중국을 방문하고, 김대통령도 올 가을 일본을 방문, 대북 현안을 중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가까운 시일내에 한·미·중·일 등 동북아 국가들이 대북 정책에 관한 입장을 단계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북한의 식량난 지원은 물론, 개방촉진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북문제에서의 가장 큰 성과는 한미 양국이 그동안 계속된 상호 의심, 갈등 및 혼선을 해소하고, 모처럼 일관된 방향으로 확고한 공조체제의 틀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 또는 주변국들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속도를 놓고 마찰을 빚는 사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외교협회 강연 등을 통해 미국이 대북경제제재 조치 완화등 유화정책을 취할 것을 먼저 요구,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과거 우리정부가 북·미관계 개선에 일방적으로 제동을 걸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워싱턴=유승우 기자>워싱턴=유승우>
◎클린턴 대통령 모두발언
우리 두 정상은 21세기의 한미관계를 한 차원 높은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특히 4자회담과 남북대화를 상호보완적으로 병행 추진함으로써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감한 투자개방과 외국인 투자유치노력을 설명했고 우리는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투자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했습니다. 한미정상은 양국간의 모든 경제·통상 문제가 대화와 협의에 의해 호혜적으로 원만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모두발언
김대중 대통령의 놀라운 역정을 보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평화적인 변화가 오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김대통령께서는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감옥에서 쓰신 바 있습니다. 본인은 김대통령께서 한국 경제를 개혁하고,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며 IMF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노력에 대해 지지를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본인은 필요하다면 금융지원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 공고한 안보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김대통령의 조치에 더 호응해 나오기를 희망하며, 이러한 진전에 긴요한 4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랍니다. 한국 국민은 아시아의 자유 주창자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주면서 민주열망의 보편화를 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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