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正熙 대통령 묵인아래 이후락 부장이 저질렀다”73년 8월 도쿄(東京)에서 발생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납치사건은 당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 아래 이후락(李厚洛)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로 저질러졌던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날 공개된 미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필립 하비브 당시 주한 미대사는 그해 10월 3일 이같은 내용의 전문을 미국 정부에 보냈다.
하비브 대사는 이 전문에서 또 『김종필(金鍾泌) 총리는 일본 정부와의 악영향을 우려, 타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김총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며 『이같은 입장은 박대통령의 심기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비브 대사는 또 박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진상 설명을 요구하고 김대통령이 구출된 직후에도 적극적으로 보호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비브대사는 납치 사건 다음날인 8월9일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비서실장은 사건 관련을 강하게 부정했다고 밝혔다. 하비브대사는 8월 11일자 전문에서 『완강히 부정하는 한국정부에 실망을 느꼈다』면서 『김대중씨는 살아있는 것으로 보여 우리는 아직 그의 생명을 구출할 기회가 있다』고 보고했다.
하비브대사는 또 김대통령이 구출되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납치사건에 주일 한국대사관원이 관여했음을 폭로한 뒤인 8월 25일 외무장관을 만나 『한국 정부가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면서 『김씨를 소추하면 정치적 박해로 인식될 것이며 한국은 이익을 잃게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