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안걸리는 일본 엔화의 추락이 외환위기를 겪고있는 아시아 경제에 제2의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8일 엔화시세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던 1달러 140원이 무너지면서 지난 91년 6월이후 7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의 엔하락은 파리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 재무차관회담에서 다룰 주요 의제가 엔약세가 아니라 러시아 외환위기라는 루빈 미재무장관의 발언이 촉발했다. 그러나 엔약세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미일 양국간에 현격하게 드러나고 있는 경기명암과 금리격차, 엄청난 불량채권 해소란 과제를 안고있는 일본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강하게 깔려있다. 올들어 일본경제의 침체와 미국경제의 호조가 분명해 지면서 투자가들이 엔화를 탈출, 달러베이스로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그렇다고 엔화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당사국인 미일이 협조개입할 의사도 현재로선 보이지 않고 있다. 기대할 수 있는 엔화 반등의 계기라곤 불량채권정리등 일본의 금융구조개혁이 투자가들로부터 평가받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결국 달러강세와 엔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게 지배적 전망이다. 도쿄(東京)외환시장의 예측 레인지는 당분간 1달러 137∼142엔으로 모아지고 있고 방치될 경우 연내 150엔 또는 160엔까지도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 하락과 함께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등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동반폭락 현상을 보인 것도 이같은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IMF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경제구조개혁의 고통을 헤쳐나가야 할 한국으로서는 설상가상의 타격이다. 이미 한계에 이른 수출의 가격경쟁력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바람직한 환경이 못된다. 환율안정이 안되면 기업의 숨통을 죄는 고금리 해소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단기외채를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대출상환압력 러시도 배제할 수 없는 걱정거리다.
더욱 불안한 것은 중국 위안(元)화의 절하를 자극해서 아시아 통화의 평가절하 경쟁을 유발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 경제의 파국은 물론이고 세계경제도 일대혼란에 빠진다. 엔저(低)란 세계경제의 격류에 우리 자력으로 대응하는데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경제대국이자 당사국인 미국과 일본이 자국의 입장만을 고려해 통화혼란을 방치해서는 이웃을 파멸시키고 결국에는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환율안정을 위한 선진국간 노력에 앞장서 주기를 촉구한다. 우리 스스로도 수출경쟁력과 대외부채관리등 제2의 위기에 대비하는 체제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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