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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두번째 시집 ‘벼락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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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두번째 시집 ‘벼락무늬’

입력
1998.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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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세상에 벗어놓는 아팠던 10년「산을 오르는 사람은/이미 山頂(산정)에 오른 자기 마음을/뒤쫓는 것이다」(「등산」부분). 시인 이상희(38)씨가 두번째 시집 「벼락무늬」(민음사 발행)를 냈다. 첫 시집 「잘 가라 내 청춘」을 낸지 꼭 10년만이다. 그 사이 아이가 벌써 아홉살로 자랐다. 그는 이미 산정에 오른 마음을 뒤쫓듯 시를 쓰고 싶었지만, 육신의 고통으로 시작이 마음을 못 따라 갔던 모양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그의 시집은 더욱 반갑다. 그의 첫 시집을 보고 걸었던 문단의 기대가 그만큼 컸던 까닭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도 그의 고통을 드러내주는 것들이 많다. 자신의 고통을 그는 어떤 때는 벌거벗은 듯한 언어로, 어떤 때는 깊은 상징의 언어로 드러내 우리가 고통을 공유하게 만든다. 「오랜 病身(병신)의 욕창, 비 얼룩/천장에 솟아 오르고/어디에도 없던 내가/그 惡夜(악야)의 한 가운데 떠 있다//벼락무늬 보인다」(「벼락무늬」부분). 「시간이 나면/아프겠지 남겨둔 안식처럼/…/시간이 나면 거지같은 슬픔들이 우우/몰려오겠지 더럽게 추근대/물고 늘어지겠지 내장까지 다 던져주면」(「시간이 나면」부분). 그와 절친한 선배시인 김혜순씨는 시집에 붙인 이색적인 발문에서 이씨의 이런 아픔을 『상희야, 넌 정말 이렇게 앓기만 할 거야?』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아픈 만큼 시인의 아픈 세상을 보는 눈도 날카롭다. 그는 지하철 역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말한다. 「오늘 하루치/조금 더 모욕받고 조금 더 뭉개어진/용병들, 칸칸이 쏟아진다//공중 노천 역사 난간 너머/바람도 구름도 빨간 노을녘//집으로 가는 행렬에서 떨어져나온/몇 켤레 구두 속에서 꺼낸 발도/빨갛다/노여운 색깔이다」(「空中(공중) 노천 역에서」전문).

『결혼적령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집도 때를 맞춰 내야지 책임이 생기는데, 그간 시집 늦게 낸다는 고마운 야단도 많이 들었다』고 이씨는 쑥스러운듯 말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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