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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氣·명상… 동양의학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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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氣·명상… 동양의학이 뜬다

입력
1998.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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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한계 동서協診으로 극복”/美도 대체의학 각광 34개大서 정식과목미국에서는 최근 명상(瞑想)이 노년층의 동맥경화증을 줄이고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신의학」 최신호는 명상을 실천하는 노인들의 혈청과산화물 수치가 일반 노인에 비해 15% 가량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혈청과산화물은 대표적 성인병인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명상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마하리쉬경영대 「건강과 노화연구소」 소장 로버트 쉬나이더박사는 『지속적인 명상은 신경생리학적 기능을 향상시켜 신체기능을 정상화하고 질병과 노화를 예방하는등 자연치유력을 크게 높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심장협회(AHA)도 최근 명상이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도 치료제와 달리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명상은 의자에 눈을 감고 앉아 하루 두 번 20분씩 정신집중을 하는 단순한 기법이다. 하지만 뿌리는 고대 인도의 베다의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의 정신의학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명상기법이 장기적으로 고혈압과 심장병의 치료와 예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건강과 노화연구소에 500만달러를 지원했다.

현대의학은 「고개숙인 남성」을 자유자재로 일으키고 유전자를 주입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런 추세라면 인류가 모든 질병을 정복하는 시대가 곧 올 것같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를 갖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인류의 도전에 맞서 에이즈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는가 하면 아직 극복되지 않은 난치병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의학의 한계를 동서의학 협진(協診)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올해부터 침술등 대체의료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NIH산하 대체의학연구소의 차동주박사는 최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NIH의 대체의료 연구비가 연구소 설립 당시 200만달러에서 올해 2,000만달러로 10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대체의학에 관한 미국인의 관심은 대단하다. 매년 대체의료에 137억달러를 지불하며 125개 의과대학 중 34개 대학에서 대체의료를 정식 교과목으로 가르친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침술. NIH는 침술이 전통적으로 알려진 통증억제 효과 외에 암환자의 통증과 임신부의 구토증, 테니스엘보 요통과 같은 근육통, 생리불순의 치료효과도 뛰어나다고 인정했다. 또 한국산 홍삼의 사포닌 성분을 기존 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면 항암제의 부작용이 줄어들고 종양의 크기가 작아지는등 항암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국내에서는 경희의료원, 분당차병원등이 중풍,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두통, 알레르기성 비염, 암, 요통등 난치병 분야에서 동서의학 협진을 시도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을 방문한 소아 신(腎)증후군환자는 양의사와 한의사의 동시진료를 받는다. 신증후군환자에겐 통상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약하지만, 이 경우 성장장애, 골다공증, 비만증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 때 한약을 함께 투여하면 치료효과는 높아지고 부작용은 줄어든다. 양·한방의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희대한의대 류재환교수는 『양방과 한방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면 의료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며 『특히 암 치매등 난치병의 경우 치료효과를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동양계 의사들을 위구르족, 티베트족등의 장수촌에 파견, 생활수준이 낮으면서도 장수하는 비결을 연구하고 있다. 장수촌 주민들의 독특한 전통의학을 현대인의 성인병 관리에 활용하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84년부터 96년까지 13차례 네이멍구(內蒙古) 몽골 우즈베키스탄등지의 장수촌을 다녀온 서울대보건대학원 명예교수 허정(許程)박사는 『산업화와 함께 심장병 당뇨 고혈압 비만증등 성인병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으나 현대의학은 효과적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현대의학이 직면한 질병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1세기에는 동양권의 전통의학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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