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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국민생활/모든것이 10년전으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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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국민생활/모든것이 10년전으로 후퇴

입력
1998.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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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人소득 10,000弗이 졸지에 6,000弗로/감봉·집값폭락에 자산도 눈녹듯/대량해고 사태로 연말 실업200만명『우연치고는 너무도 기막힌 노릇이다. 「소득 1만달러시대」, 「자동차 1,000만대시대」, 「주택 1,000만호시대」를 맞는 해에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몰아닥칠 줄이야! 모든 것을 10년전으로 돌려놓고 말았다』 과학적인 경제분석이 주업인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의 푸념이다.

「IMF체제」 6개월은 우리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영화 필름이 빠른 속도로 역회전하듯 6개월만에 생활상은 10년전으로 후퇴했다. 「소득 1만달러시대」가 눈깜짝할사이 80년대말수준인 6,000달러대로 떨어지고 대량실업 고물가 감봉 집값폭락등으로 소득과 자산이 눈녹듯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완전고용·평생직장·부동산신화등 고도성장이 낳았던 각종 신화(神話)들이 사라졌다.

■「중산층 신화」의 붕괴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의 총아인 중산층은 「IMF 경제난」으로 몰락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IMF체제」이후 봉급생활자들은 감급(減給)·실직으로, 자영업자들은 급격한 수입감소로 소득이 통상 30∼40%씩 깎였다. 더욱이 물가급등으로 생활비 지출이 늘고 금리가 두배로 뛰어 주택할부이자, 은행대출이자를 대느라 빚으로 빚을 갚는 잠재파산자도 속출하고 있다.

92년 부유층 소득의 75.8%였던 중산층 소득이 올해 68%로, 내년에는 67%로 떨어질 것이란 보고서(한국금융연구원)도 나왔다. 고금리로 오히려 이자소득이 늘어난 부유층과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난 중산층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중산층의 붕괴는 「내 차·마이카(My Car)」, 「내 집·마이홈(My Home)」, 「내 신용카드·마이카드(My Card)」시대의 퇴조를 가져왔다. 「자동차 1,000만대」를 돌파한 지난해말만해도 월 12만대수준이던 자동차 내수판매가 올들어 1월엔 4만5,000대, 2월엔 4만8,000대등 3분의 1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시장엔 반값에 내놓은 중고차 매물도 거래가 이뤄지지않고 어차피 세금 보험료를 낼 바에 다시 차를 모는게 낫다는 자포자기형 차주들이 많다.

집값은 떨어지다못해 IMF이전의 전세값에도 못미치는 이른바 「깡통아파트」까지 등장했다.

40평형 아파트 경매 낙찰가가 전세값은 고사하고 3,000만원대까지 떨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신도시 아파트값은 1억원 넘게 떨어지는 경우가 속출했다.

중산층의 지출수단으로 자리잡던 신용카드도 무용지물이 되고 신용카드를 함부로 썼다가 파산하는 개인파산자도 줄을 잇고 있다. 올들어 5월말현재 서울민사지법에 소비자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69명에 달한다. 4월말까지 접수된 가압류사건이 무려 16만337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이상 증가했다.

■「완전고용신화」퇴조

올들어 하루에 실직자들이 1,870명씩 늘고 있으며 연말께 실업자수는 200만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30년동안 지속됐던 「완전고용·평생직장」의 신화가 여지없이 깨졌다. 「넥타이부대」가 서울거리의 노숙자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일대의 노숙자가 2,000여명이 넘는다.

구직난으로 여성전문업종에 남성이 진출하는 구직의 성파괴, 학력파괴현상이 나타나고 직장을 구하기위해 해외로, 농촌으로 이주하는 신풍속도가 등장했다. 올들어 3월말현재 귀농인구는 1,284가구로 지난해 전체 귀농인구 1,823가구에 육박한다. 귀농상담실을 두드리는 예비귀농인구도 4,000가구에 이른다.

모 증권사 사장은 『기존 직원을 최대한 줄이는 상황에서 적어도 3∼4년동안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결혼이 늦어 자식농사가 늦다는 말을 들어왔으나 요즘엔 대학졸업을 앞둔 자녀를 둔 친구들이 아직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나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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