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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축복인가 재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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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축복인가 재앙인가

입력
1998.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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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탄생 예상… 자발성·적응력 지녀/위험한 일등 인간대신 해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통제에 실패하면 끔찍한 일이…지금 인터넷에는 디지털생명체가 살고 있다. 「티에라」(Tierra·스페인어로 땅이라는 뜻)라는 디지털 생태계에 사는 이 생명체는 자기복제에 의한 번식, 돌연변이에 의한 변종, 기생충과 면역, 성장과 사멸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보여준다. 「티에라」의 창조자는 진화생물학자 톰 레이. 진화의 증거를 찾아 코스타리카 원시림을 뒤지다 지친 그는 진화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압축한 프로그램을 창안, 95년 인터넷 정글에 풀어 놓았다. 시작은 메모리와 처리시간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80바이트 짜리 자기복제 프로그램이었다. 0과 1의 디지털신호로 이루어진 이 생명체는 64K바이트의 메모리 안에서 더 많은 개체를 만들어내려는 생존투쟁을 벌여 23바이트로 몸집을 줄였다. 단순복제기능 밖에 없던 프로그램이 스스로 진화한 것이다. 인공생명(Artificial Life). 사람이 만들었지만 자발성과 환경적응력을 갖춘 존재다. 일일이 명령하고 입력해야 행동하는 단계를 뛰어 넘었다. 인공지능 역시 주어진 환경 밖에는 처리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인공생명과 다르다. 최근 화성탐사로봇 소저너는 임무 수행중 바위에 다리가 걸려 고장을 일으켰다. 인공생명로봇이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여러 개의 인공생명 소저너를 보냈다면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끼로봇을 만들어 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공생명은 복제양 돌리처럼 탄소유기체의 유전자조작에 의한 생명체는 아니지만 진짜 생물처럼 살아간다. 인공생명을 컴퓨터 밖으로 끄집어내 실제 현실에서 살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국제전기통신기초과학연구소(ATR)는 내년에 인공생명기법에 의한 고양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연세대 조성배교수(컴퓨터과학)는 국내에 몇 안되는 인공생명 전문가로 현재 인공고양이의 뇌를 만들고 있다.

인공생명은 20세기과학의 최첨단영역. 지난 해 가을 국내에도 인공생명연구회가 발족됐다. 참여학자는 대여섯 명. 생명현상을 구현해보려는 전세계 연구자들이 미국 산타페연구소에 모여 제1회 인공생명 워크숍을 연 것이 87년. 그때 과학자들은 두 가지를 고민했다. 고도로 진화한 인공생명이 실제 생태계에 등장하면 이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지능이 인간과 맞먹거나 더 뛰어나면 지구시민권을 줘야 할 것인가.

지나친 걱정이 아니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탄소유기체가 아닌 실리콘생명체의 탄생을 예언했다. 다양한 곤충로봇에서 인공생명을 실험중인 로드니 브룩 박사(미국 MIT 인공지능연구소장)는 2020년께 인간과 똑같은 지능과 감각을 가진 컴퓨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한다. SF영화에 나오는 인간과 인공생명의 전쟁이 실제로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나 조성배교수는 『인공생명 연구는 궁극적으로 생명체의 좋은 특성을 구현하려는 것이며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공생명로봇은 애완동물처럼 인간의 친구가 되거나 극한상황에서 인간 대신 위험한 작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보다 과학기술의 긍정적 활용방법을 찾는 게 지금 할 일이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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