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위협 가장 무서운 적”『지난 50년간 수억개의 항생제가 환경 속으로 방출됐다. 이제 지구는 묽은 항생제 용액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격이다. 환경 속의 세균들이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짐에 따라 어떤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캐나다의 저명한 미생물학자 줄리앙 데이비스박사의 경고다.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유되지 않는 슈퍼세균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현재 사용중인 가장 강력한 항생물질은 밴코마이신. 그런데 최근 이 항생제에조차 내성(耐性)을 가진 세균이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밴코마이신에 내성을 가진 장구균(臟球菌)이 94년 이후 10여건이나 의료계에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환자는 항생제 치료가 안돼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포도상구균은 메티실린이라는 항생제로 쉽게 치료됐으나 93년에는 무려 61% 정도가 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다. 폐렴간균도 제3세대 항생제 세팔로스포린에 대한 내성률이 88년 4%에 불과했지만 오·남용으로 인해 93년에는 12%로 급격히 높아졌다.
특히 폐렴 뇌막염등을 일으키는 폐구균(肺球菌)에 대한 페니실린 내성(耐性)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교수가 조사한 결과 국내 페니실린 내성률은 96년말 현재 약 80%였다. 88년까지는 페니실린으로 치료가 안되는 내성균주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89년 20%, 91년 47%, 93년 57%, 95년 89%로 내성률이 크게 높아졌다. 이교수는 그 원인으로 약국에서의 무분별한 항생제 판매, 의사의 과다투여등을 꼽았다. 미국의 스튜어트 레비박사는 최근 학회에서 『수많은 내성균 증가로 많은 환자들이 항생제를 투여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채 죽어가고 있다』고 심각성을 경고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아예 항생제를 양식으로 먹고 사는 초강력 세균도 등장했다. 영국 세인트조지병원 미생물학부 아이언 엘트링행박사는 96년말 항생제를 영양분으로 생존하며 오히려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면 소멸하는 슈퍼세균이 출현했다고 발표했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거나 복제를 멈추게 하는 약으로 1930년대 개발된 페니실린이 시초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데는 10년 이상 걸린다.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를 제 때 복용하지 않거나 처방 말기에 복용, 세균이 완전 파괴되지 않거나 항생제가 신체에 좋은 세균을 죽이면서 생긴다. 결핵이나 뇌막염등 소멸된 것으로 생각했던 전염성질환이 더 강한 힘을 갖고 재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항생제 남용이 불러온 슈펴세균은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 될 것이다.<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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