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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양키문화로 세계 주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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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양키문화로 세계 주무른다

입력
1998.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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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금융자본 국경없이 넘나들고 SW·할리우드서 사이버영역까지 美 편향은 끝없어…「팍스 아메리카」의 한 축은 탄탄한 미국의 경제다. 하루 24시간 국경없이 넘나드는 엄청난 자본력을 무기로 세계 경제를 주무른다.

미국 경제패권의 이념과 틀이 완성된 시점은 냉전종식에 따라 단일 슈퍼파워로서의 지위를 굳힌 90년대초이다. 새로운 세계질서(New World Order)에 대비한 새 전략 마련이 당시 미국의 최대 화두였다.

첫번째 결실이 이른바 「상업외교(commercial diplomacy)」로 일컬어지는 미 대외정책의 등장이다. 부시 공화당정부가 입안했지만 「21세기로의 다리」를 자임한 클린턴 민주당정부도 그대로 이어 받았다. 「경제의 국경선」이라고 할 수 있는 무역장벽을 허물어 세계를 하나의 개방된 시장으로 만들고 민주주의와 자유시장(free market)이라는 미국의 양대 가치를 전파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된 이념은 「미국식 자본주의」이다.

두번째는 이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90년초 미 중앙정보국(CIA)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에서는 강력한 금융의 힘이 유일한 무기」라며 금융패권을 강화하도록 백악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정치·안보의 파워가 미사일, 항공기 등의 위력에 기초한다면 달러화(貨)와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이 미 세계 경영의 「총칼」로 자리잡은 것이다.

80년대말 부실 금융기관(S&L)의 연쇄 도산에 따른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각종 규제완화 등 개혁정책을 통해 건전해진 미 금융산업이 일본, 유럽 등이 주무르던 세계금융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아시아 금융위기는 미 자본의 엄청난 파괴력을 새삼 확인해준 상징적 사건이다.

「팍스아메리카」가 롱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의 하나는 미 문화의 세계 장악이다. 총칼을 앞세워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맥도널드 햄버거에 코카콜라를 마시며 MTV와 헐리우드 영화를 본다. 영어(미국식)는 만국 공용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른바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말하는 「소프트 파워」이다. 과거 세계 지배세력(hard power)들이 쓰던 무력과, 경제수탈, 문화및 종교강요등 강압적 수단없이도 미국식은 어느새 세계 곳곳에 파고 들었다.

전문가들은 독창적인 미 문화의 특징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용광로(melting pot)처럼 모든 것을 녹여내는 포용력이 그 것이다. 일본 소니사가 인수한 콜럼비아 영화사가 한 예이다. 이 영화사가 만든 영화도 결국 헐리우드물이다. 프랑스의 거장 뤽 베송 감독이 작품을 만들어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는 달라도 소프트웨어(미 문화)가 각국 공통의 취향인 된 때문이다. 또 자본이 집중되는 곳에 시장이 형성되는 경제논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올해 칸영화제가 헐리우드를 닮았다는 비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영화뿐 아니라 패션, 공연산업의 중심으로, 또한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부분에서도 하버드등 미국 대학의 명성이 하이델베르그대, 옥스퍼드대 등을 대체했다.

이러한 미국 편향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를 가속시킬 또다른 분야는 하이테크 사이버공간이다. 과거 모든 길은 로마로 향했지만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넷스케이프 등의 사이버 도로를 타고 도달하는 곳은 미국이다. 사이버 세계에 국경이라는 장애는 존재하지않는다.<뉴욕=윤석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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