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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골자는 지지기반 확대”/金 대통령 뉴욕 특별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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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골자는 지지기반 확대”/金 대통령 뉴욕 특별회견

입력
1998.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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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與의원 숫자 늘리기 아니다” 강조/南北 정상회담보다 경제 교류협력 더 중요/‘부실’기업인 책임규명 주력,위법땐 처벌 당연/“訪美중 외자유치 100억弗 예상”/위난상황 언론도 스스로 개혁해야/대학 연구중심·거점화·빅딜 추진/지방행정구조 하반기 대대적 개편/한미정상회담 성과 “기대 해보라”□회견=배기철 편집국장

­먼길을 오셨는데 시차 때문에 고생은 없습니까.

『나는 그 점에 대해서 고생안해요. 시차에 맞춰서 자버리니까…(웃음). 어제도 여기 시간으로 밤11시부터 아침6시까지 푹 잤습니다. 꼭 한국일보 창간일에 맞춰서 미국을 방문한 것 같군요(웃음)』

­과거에는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을 오갔지만, 이번엔 대통령으로서 방미했으니 감회가 새로울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도 「늘 야당으로 고생만 하다가…」라고 회고하며 남다른 감회를 느낄 것입니다. 나 개인도 개인이지만, 우리나라의 위상도 미국내에서 높아졌다고 봅니다』

­며칠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말씀했습니다. 단순히 의원 몇 사람 빼오는 식의 정계개편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받아들여 집니다. TK세력이나, PK민주계를 끌어안는 지역연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외국에 와서 국내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는게 원칙인데 지키기 어려워졌군요. 지역갈등 해소는 몇사람이 추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민련에도 상당수의 TK출신 인사들이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상응하는 표가 나왔다고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지역민의 정서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합니다.

먼저 고른 인재 등용입니다. 역대 정권에서 지금 정부만큼 골고루 인재를 등용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과거에 워낙 한쪽으로 쏠려있었고, 한 곳이 처져있어서 균형을 잡은 것입니다.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인 것 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모든 면에서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유념하겠습니다.

둘째는 예산입니다. 지역차별없이 예산을 배정하겠습니다. 대구를 세계의 섬유공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고, 1,8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경북지방에 갔는데, 김천단지에 5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해서, 현장에서 이를 약속한 적도 있습니다.

셋째는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특히 5·16이후 만들어진 기분 나쁜 지역정서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이를 서로 사랑하는 문화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세가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도 지역감정을 풀어가는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이같은 정서를 놔두고 정치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귀국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큰 틀의 정계개편을 하려면 공동정권의 지분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계개편의 주체는 국민회의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체없이)자민련과의 관계는 선거때의 공약이므로 지켜나가야겠지요. 그러면서 자민련은 자민련대로, 국민회의는 국민회의대로 지역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이같은 과정에서 여권 전체의 지역 연합을 강화해야 합니다』

­귀국해 추진할 정계개편의 방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난감한 듯)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여론에 따라 안정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숫자만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지지기반을 확산시킬 수있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바로 이게 골자입니다』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선거구제는 지역주의와 큰 관계가 없어요.(힘을 주어) 미국과 영국같은 나라에서 소선거구제를 하고, 서독은 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잘되는 나라는 소선거구제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중선거구제로 한 지역구에서 같은 당 의원 두명을 뽑고 있는데, 국민전체의 통합은 커녕, 당내 통합도 못하고 파벌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선거구제 개편은 여러가지 면을 고려해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6·4 지방선거는 여권의 승리라는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강원지사선거까지 승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습니까. 자민련에 대해 섭섭한게 아닌가요.

『(크게 웃으며)선거라는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지요. 다 마음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에서 가까운 시일내에 구체적인 성과가 있겠습니까. 정상회담같은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까요.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박정희정권에서 김영삼정권까지 매번 잘못한 것이 있습니다.(목소리를 높이며) 정상회담추진 그 자체가 잘못입니다. 서독이 언제 동독에 정상회담 하자고 한 적 있습니까. 남북관계라는게 정상끼리 하루 이틀 만난다고 풀어질게 아닙니다. 정상회담 하자고 대화를 강요하고, 안되면 더 나빠지고… 경제 교류협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산가족, 정경분리, 협력문제 등 밑바닥에서부터 하나 하나 풀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소 떼를 몰고가는 정주영(鄭周永)씨의 방북, 판문점 장성급회담 재개 등이 바람직 한 방향입니다. 북한이 개방, 협력해 경제교류를 넓히면 자연히 정치관계도 증진 될 것 입니다』

­금융중심지 뉴욕에 오셨으니 월가 쪽 얘기를 묻겠습니다. 월가에서 한국의 경제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있고, 적극적인 투자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전과 포철 지분 개방 폭을 더 확대할 의향은 없습니까.

『아직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월가 일각에서 한국이 개혁을 열심히 하고는 있는 데, 과연 그 개혁이 잘되겠느냐는 의심이 부분적으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부출범 100일만에 외환위기를 넘긴 것을 보고, 전체적으로는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금융 구조조정도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까지를 목표시한으로 설정했으나, 8,9월까지는 이를 앞당겨 마치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제2기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했다는 것이고, 지방선거에서의 여당승리도 의미가 있습니다. 외국투자가들은 이제 우리나라가 안정됐다고 볼 것입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투자유치에 대한 신념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80년대 후반 금융구조조정을 하면서, 은행 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기업인들 다수를 사법처리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킨 최고경영자들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으시겠습니까.

『현재로서는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부실화 과정에서 법과 제도를 위반했다면 그에 상응한 문책과 처벌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현재의 민법체계 상으로도 부실경영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돼 있으므로, 별도의 형사책임 추궁은 불필요 할 것으로 봅니다』

­월가의 외국투자가들 사이에선 한국정부의 정확한 경제정책을 대외적으로 설명하고, 대변할 수 있는 대변인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국내에 돌아가 여론을 종합해 검토해 보겠습니다』

­귀국하신뒤 정치 경제등 사회 각분야에 걸친 전방위 개혁추진이 예상됩니다.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특히 지방정부조직 및 산하단체 개혁의 청사진을 밝혀 주십시오.

『반드시 귀국후는 아닐지라도 정부는 올 한해를 전면적인 개혁의 해로 정하고 국정 전반에서의 개혁을 강력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개혁은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국가 재도약을 이룩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경제구조와 국가 경영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같은 차원에서 정부는 모두 다섯가지의 개혁중점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주인의식 함양과 금융·기업의 구조조정, 노동시장의 유연성 실현, 정부와 산하기관의 효율과 생산성 향상, 바르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 건설 등 입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공기업 등 정부 산하단체에 대해서는 올 상반기까지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하반기부터는 지방행정 구조에 대한 개편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공부문은 금융과 기업에 비해 개혁속도가 더딘게 사실입니다. 정부부처, 공기업, 투자기관을 보다 과감히 수술할 계획은 없습니까.

『정부조직 개편에 이어 552개에 이르는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경영혁신 작업을 추진중입니다. 이미 방안이 확정된 55개 출연연구기관에 이어 공기업·정부보조기관·국가사무위탁기관 등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경영혁신 방안을 6월까지 마련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사회적 여건의 변화로 기능이 축소되거나 불필요해진 정부 산하단체는 과감히 정리해 예산을 절감하고, 민영화나 해외매각을 통해 조성되는 재원은 금융 구조조정이나 실업대책 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실질 실업자수가 200만명을 넘어 섰습니다. 실업 자체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출 것인지요. 아니면 실업자 생계지원에 역점을 둘 것인지요.

『실업문제 해결은 크게 보아 일자리 창출, 기업의 고용유지, 직업훈련 및 실업자 보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 위원회가 합의한 5조원보다 3조원 가까이 많은 7조9,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경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자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실업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데 있습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함께 인내하여 개혁에 동참해 주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습니다』

­고금리때문에 기업들이 숨막혀 죽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금리 인하는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하겠습니까.

『미셀 캉드쉬 IMF총재를 만나 외환안정 추세를 감안한 콜금리 하향조정과 유동성 공급의 탄력적 운용방안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한때 30%였던 금리가 현재 17%대로 내렸습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조속한 금융구조조정을 통한 여신여력 확충, 대외신인도 제고를 통한 외환시장 안정등이 금리인하에 긴요합니다. 또한 물가안정, 환율안정이 수반 돼야 합니다. 금리는 금리 자체의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은행 창구입니다. 은행이 빨리 정상화해야 정책도 정상화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슈퍼은행의 출현을 위해 은행의 인수·합병(M&A) 등 강력한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귀국할 때쯤이면 슈퍼은행이 하나 탄생할 수 있을까요.

『슈퍼은행 탄생여부는 금융기관 스스로의 판단과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될 문제입니다. 금융기관의 부실기업 판정과 은행에 대한 경영실사 결과가 나오는 6월말이후 슈퍼은행의 탄생이 가시화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가 개입해 승자를 선정하는 소위 「픽 더 위너(Pick the Winner)」방식은 쓰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서울대 등 국립대학의 수술부터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복안이 있습니까.

『서울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학을 경쟁력있는 세계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구상하는 대학개혁 정책은 3가지입니다. 첫째, 서울대는 학부를 대폭 축소하고 대학원을 늘려 연구중심의 대학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둘째는 지방의 국립대를 각지역의 거점 대학으로 육성, 특성화함으로써 지방의 인재들이 자기 고장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유도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기숙사 제공, 각종 장학금 혜택 등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셋째는 국립대의 단과대학은 단과대학끼리, 학과는 학과끼리 합치고, 국립대학간 빅딜(Big Deal)도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또한 대학에 운영위원회를 구성, 대학의 의사결정 체계를 민주화 하겠습니다. 대학에 특별회계제도를 도입해 예산의 효율적 관리도 도모해 나갈 방침입니다』

­정부차원의 언론개혁 구상이 있습니까.

『언론은 사실 개혁이 가장 늦어지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언론 스스로 과거의 부정적인 모습을 일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언론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는 것같습니다. 특히 일부 언론의 경우 국민적 단합과 정부의 노력을 훼손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언론의 건전한 비판과 충고는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지만, 나라가 위난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개혁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부가 언론개혁에 나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자유라는 보다 큰 가치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론 스스로 시정하는 노력을 해주길 바랍니다.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졌고, 민간 감시 기능이 강해졌기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하는 언론은 독자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게 될 것입니다』

­첫 방문지로 뉴욕을 택한 것은 월가의 국제금융계를 설득, 대한(對韓)투자를 요청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또 이번에 미국기업의 투자유치 규모는 얼마나 되겠습니까.

『외자유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민간투자자를 직접 만나 대한투자를 설득하고, 한국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감을 심어 주는 것입니다. 이번 방미를 통해 투자환경개선 성과와 향후 개혁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지금이 투자적기임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투자유치 규모는 민간투자자들의 결정사항이므로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당초 300명정도 올 것으로 예상했던 뉴욕, LA에서의 한미투자포럼에 500∼600명이상이 신청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등을 볼 때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총액으로 볼 때 100억달러 수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10일에 있을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클린턴 대통령과는 당연히 성과가 있겠지요. 성과를 올릴 수 있는게 있고, 없는 것도 있지만 한 번 기대해 보시지요(웃음)』<뉴욕=유승우 기자·윤석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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