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폭락땐 中위안화도 흔들 ‘수출 먹구름’「세계경제지도」를 펴보면 한국은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 오른쪽엔 일본, 윗편엔 중국과 러시아, 왼쪽에는 인도네시아 등 한결같이 금융·외환위기를 겪고 있거나 그럴 위험이 큰 나라들이 둘러싸고 있다.
위기에 포위된 한국의 좌표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극복을 위한 주변여건이 그만큼 불리하고, 때문에 이 국난을 넘어서는 길도 그만큼 멀고 힘들 것임을 암시한다. 아무리 외환사정이 좋아지고 국내 구조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해도 주변국들의 경제사정 악화에 언제라도 쉽게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도네시아를 보자. 지난달 대규모 국민유혈폭동으로 수하르토 철권통치는 무너졌지만 하비비 신임대통령이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는데다 인도네시아 경제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IMF 세계은행(IBRD) 등은 여전히 자금지원에 미온적이다. 루피아화의 가치도 달러당 1만1,000∼1만2,000루피아에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인도네시아의 정치안정와 구조개혁이 조기에 실현되지 못해 IMF 자금지원이 계속 지연된다면 통화위기의 불길은 다시 지펴질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충격은 말레이지아→싱가포르→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북동진할 수 밖에 없다.
동남아보다 더 불안한 곳은 일본. 전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일본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된다. 4%를 넘은 실업률, 버블(거품)붕괴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잇단 신용등급 하향조정조치에서 일본경제가 서서히 침몰해 가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선진국들의 「엔화 지지」노력도 한계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화환율은 달러당 140엔을 넘어섰고 하반기에는 150엔대도 가능하다는 것이 국제금융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엔화가치 폭락과 일본경제의 좌초기류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달러박스인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가해 외환위기 탈출전략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게 된다.
최대복병은 중국이다. 아시아국가를 차례로 무너뜨린 국제투기자본의 최종목표가 중국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 인플레와 외자유입둔화 등 여러 불안징후에도 불구, 1,200억달러(홍콩포함시 2,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아직은 위안화의 가치를 지켜내고 있지만 엔화환율이 140엔을 넘어서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최근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러시아 사태도 한국을 중심으로 한 범아시아권의 경제난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신흥시장)」으로의 매력을 상실한 아시아는 국제자본에 의해 점점 「공생공멸의 공동체」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사방이 「지뢰밭」으로 둘러싸여 우리나라의 힘과 의지만으론 위기를 넘어설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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