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으면서 전세거래가 끊기자 집주인과 전세입자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수요감퇴와 공급과잉으로 전세가격이 폭락하자 전세보증금과 시세 차액을 이용하기 위해 계약해지를 요구하거나 계약기간이 끝나 집을 옮기려는 세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증금을 뽑아 친가나 친정으로 들어가려는 신혼부부도 많다니 수요가 줄어든 까닭을 알겠다.■너무 거래가 없자 다급해진 세입자들끼리 전세주택 맞바꾸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수요자 찾기를 중개업소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나서자는 자연스런 동향이다. 지역 정보신문에 광고를 내는 사람이 늘어나자 「전세 맞교환」란까지 등장했다. 법에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서울지법에는 계약기간중에 차액반환을 요구하는 전례 없는 조정신청이 10여건이나 접수됐다고 한다.
■재판부는 최근 32평 아파트를 1억2,000만원에 전세든 사람이 보증금중 4,000만원을 돌려달라는 조정신청 사건 조정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전세입자의 요구에 일리가 있으니 집주인이 1,000만원을 돌려주라는 조정안을 쌍방이 받아들인 것이다. 시세가 8,000만원 정도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집주인에게 다 부담시킬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아 차액 반환의무는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약속한 것 가운데 실현된 것이 하나 있다면 『부동산 소유가 고통이 되게 하겠다』는 말이다. 투기나 재산보전 수단으로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취득세 재산세 등을 중과하겠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생각이었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경제가 절단이 난 후 그 말이 실현됐으니 아이러니다. 그러나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들까지 고통을 당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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