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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개성/파트리스 기베르(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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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개성/파트리스 기베르(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8.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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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을 해놓고선 「정말 그런가?」하고 속으로 되묻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난다. 외국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에 적응하며 살다보니 조국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나 자신도 다국적화된 것이다. 나라마다 어떤 관습이나 특이한 모습에는 항상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존중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에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 하나가 있다.가끔 쇼핑을 하러 아내와 함께 번화가인 명동이나 압구정동에 간다. 한국의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은 상당히 세련돼 보인다. 잠깐 친한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도 정장 차림에 화장도 세심히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옷차림이나 화장법이 너무나 비슷해 이사람인지 저사람인지 구분을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머리색깔 핸드백 옷, 프랑스에서도 유행의 힘이 무섭기는 하지만 한국에 견주면 비교할 것이 못된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한국에서는 인기배우가 입는 옷, 머리 스타일, 액세서리가 곧 유행이며 그에 따라 젊은이들의 구매기호가 바뀐다고 한다. 상인들도 이에 보조를 맞춰 가수 누구의 목걸이, 누구의 반지 이렇게 이름까지 붙여가며 구매를 부추긴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사람들의 개성이 떨어진다고도 하고.

어린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도 비슷하다. 과학자, 의사, 선생님. 가수나 배우 만화가가 된다고 하면 부모들이 정색을 하며 원하는 쪽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왜 그럴까. 나는 한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떤 틀 안에서 키운다고 생각한다. 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태권도를 익힌다.

그렇게 보면 한국 사람 전부가 어떤 삶의 모델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다. 누구처럼 예뻐야 하고 누가 다니는 직장을 얻어야 하고. 그러나 그 삶의 모델들이 사람마다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개성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노보텔 앰배서더호텔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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