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투자유치하러 왔다”/수상소감 영어 연설땐 “인권 대통령” 기립박수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7일 새벽 4시(한국시간·현지시간 6일 오후 3시) 첫 방문지인 뉴욕에 도착한 직후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면담하고, 국제인권연맹 인권상 수상식에 참석하는 등 첫날부터 빡빡한 일정을 보냈다.
김대통령은 14시간의 장거리 비행끝에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뒤 3시간만에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만났으며, 공식일정을 소화한 뒤 심야까지 수행원들을 소집, 일정을 꼼꼼히 점검하는 등 정력적인 행군을 계속했다.
○“아시아적 가치는 잘못”
○…이날 밤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국제 인권연맹 수상식에서 김대통령은 『내가 오늘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대통령이 된 것은 국제인권연맹과 세계 민주지도자들이 성원한 덕택』이라며 『나의 오늘은 바로 여러분의 승리』라고 말해 인권운동가들과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하며 『세계의 모든 박해받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기쁘고 영광스런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권 대의가 세계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도록 굳게 손잡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경제 건설을 위해 민주주의가 희생될 수 밖에 없다는 소위 「아시아적 가치」는 잘못된 주장』이라며 『국민의 정부는 결코 개인의 인권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300여명의 미국 인권운동 관계자들은 연설이 끝나자 전원 기립 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조지 소로스 컨텀펀드 회장은 『고난 속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승리자가된 김대통령의 삶은 영화보다 드라마틱하다』며 『그의 국정 철학은 세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날밤 8일 오후로 예정된 뉴욕증권거래소 연설문안을 재검토하면서 『뭐니뭐니 해도 우리가 미국에 온 것은 투자유치를 위한 것』이라며 방미초점이 「경제외교」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고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또 수행인사들에게 『조찬연설 때 각 테이블에 앉은 미국측 인사들에게 지금이 대한투자의 적기임을 적극 홍보하라』고 지시했다.
○외신기자 30여명 취재경쟁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서 김대통령내외는 이홍구(李洪九) 주미대사의 기상영접을 받은뒤 특별기에서 내렸다. 김대통령내외는 이시영(李時榮) 주유엔대사부부, 스티븐 보스워스주한미대사 부부등 한미 양측 환영인사와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숙소에서 여장을 풀었다. 이날 케네디공항에는 과거처럼 「동원된」 교민단은 보이지 않았던 반면, 미국을 비롯한 외신기자 30여명이 특별기까지 접근해 취재경쟁을 벌였다.
김대통령은 뉴욕 도착 1시간여를 앞두고 기내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많은 내 친구들이 그동안은 항상 나를 걱정해주는 입장이었는데 아마 이번에는 신기하고 감회가 클 것』이라고 말해 인권운동가가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국빈방문에 대한 감회를 나타냈다.<뉴욕=유승우 기자>뉴욕=유승우>
◎국제인권연맹 인권상/사하로프 등 수상… 내년엔 만델라 내정
김대중 대통령이 수상한 국제인권연맹 인권상은 국제인권연맹이 68년부터 자유민주주의 창달과 인권보호에 공헌한 인사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인권운동가에게는 가장 영예스러운 상중 하나이다. 우 탄트 전유엔사무총장, 소련의 인권운동가인 안드레이 사하로프박사, 폴란드 자유노조등이 이 상을 받았고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대통령은 내년도 수상자로 내정돼 있다.
팻 드리언 전 미국무부 차관보는 김대통령의 수상배경에 대해 『80년에 사형선고를 받는 등 여러차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했으며 결국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인권연맹은 지난 42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로저 볼드윈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대통령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여사의 후원으로 설립된 비정부기구(NGO). 유엔 등 국제기구 및 각국 정부와의 외교활동을 통해 전세계적인 인권신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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