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美·日서 사회문제/최근 국내도 피해자 늘어/처음부터 단호히 거절해야직장여성 A(27)씨는 매일 아침 집 앞에 놓인 장미꽃을 보며 출근한다. 애인이 사랑의 징표로 보내는 꽃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장미꽃의 주인공은 1개월 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30대 남자. 이 남자는 어떻게 주소를 알아냈는지 매일 장미꽃과 초콜릿상자를 보내는가 하면 수시로 전화해 『당신은 나의 이상형이다. 결혼해 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했다. 출근길을 가로막고 『같이 살자』고 매달려 집안식구들이 달려나와 쫓아보낸 적도 있다.
이처럼 상대가 싫다는데도 계획적으로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행위를 스토킹(stalking)이라고 한다. 80년대말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서 사회문제로 등장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서도 최근 시인 최영미(37)씨를 쫓아다니던 30대 남자가 경찰에 입건되며 화제가 됐다. 언론이 유명인이나 인기스타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들이 스토킹의 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일반여성들의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등에 따르면 여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유형은 헤어진 옛 애인이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경우. 대학졸업 후 직장에 다니던 B(29)씨는 2년 전 헤어진 남자가 찾아와 『결혼해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며 1년을 쫓아다니는 바람에 심한 노이로제에 시달리다 결국 도피성 외유에 올랐다. 서울 모병원이 간호사 107명을 조사한 결과 35명(33%)이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이 중 4명은 여성이 쫓아다닌 경우였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이시형 박사팀이 최근 조사한 결과 스토킹을 하는 사람(스토커)은 90% 가량이 남성이며 연령층은 20∼60세(평균 35세)로 매우 다양했다.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두드러졌다. 편집증등의 정신질환자도 있었다.
스토커를 접하면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긴 설득은 오히려 스토킹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를 하거나 전화번호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이시형 박사는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제지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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