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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신예감독들/한국영화 르네상스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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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신예감독들/한국영화 르네상스 부른다

입력
1998.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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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형 ‘여고괴담’ 한지승 ‘찜’ 등 최근 흥행작 대부분 30대작품/작품성­상업성 조화 더욱 고무적30대 초반 신예감독들이 영화계를 휩쓸고 있다. 30대 초반이라면 90년대초까지만 해도 조감독이나 조수로 촬영장 한켠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올챙이」. 하지만 지난해부터 개봉작 30여편 중 20여편과 주요 흥행작이 이들 손에서 나오면서 영화가에는 「30대 기수론」이 뜨겁다.

올해 최고 히트작으로 기대되는 「여고괴담」의 박기형(30) 감독을 비롯, 8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34), 「조용한 가족」의 김지운(33), 「찜」의 한지승(31) 감독, 지난해 「접속」의 장윤현(31) 감독이 「한건」해낸 30대 기수들이다. 모두 데뷔무대이거나 두번째 작품이었다. 준비중인 신예도 많다. 올해 안에 박광춘(31) 감독이 「퇴마록」으로, 임상수(36) 감독이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제작자로 알려진 이은(36·명필름대표)씨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30대 감독의 공통점은 대부분 시나리오작가이면서 영화밖의 전공과 경험을 지닌 국내파들이라는 것.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장윤현감독이 헝가리에서 영화공부를 했다는 것이 조금 색다른 정도이다. 허진호감독은 연세대 철학과 출신으로 회사원 생활을 하다 뒤늦게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했으며 박기형감독은 아주공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공모에 당선되면서 단편영화감독으로 출발했다. 김지운감독은 서울예전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연출가와 CF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가 「시네21」시나리오공모에 당선됐다. 이들은 모두 데뷔영화의 시나리오작업도 함께 했는데 「일상을 사려깊게 관찰, 보이지 않는 감정을 잡아내는 능력」(허진호) 「공포물을 코믹하게 만드는 국내서는 귀한 재주」(김지운) 「공포물로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문제의식」(박기형)등 독특한 개성을 평가받았다. 말하자면 이들은 주요 관객층인 20∼30대들의 정서를 쉽게 알 수 있을뿐 아니라 이를 언어와 영상이라는 두가지 문법으로 풀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90년대 중반들어 새로운 장르를 추구하는 독립영화사들이 자리잡으면서 이들의 재능을 살려준 것도 30대 감독이 자리잡는데 큰 몫을 했다. 이때문에 제작사들이 경비를 줄이고 감독들을 통제하기 위해 중견감독들의 묵직한 작품들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영화계 중론은 이들이 한국영화중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 있다. 탄탄한 구성이나 반짝이는 재치가 롱런을 기대하게 한다는 것.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30대감독들은 상업적인 부분과 적절히 타협하면서도 작품수준을 높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그들의 신선한 피가 한국영화시장을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그는 미국의 짐 자무시나 오손 웰스, 프랑스의 레오 카락스등 20대에 명작을 내놓은 감독들의 예를 들면서 창조적인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과 발탁을 통해 감독들의 나이가 더욱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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