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공동집권에 따른 생래적 한계와 여소야대의 구조적 불리(不利)속에 출범한 「국민의 정부」 100일은 험난하고 고달픈 도정(道程)이었다. 특히 전임자로부터 넘겨받은 거덜난 경제는 공동정권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힘겨운 과제였다.다행스럽게도 외화유동성 위기로 몰아닥쳤던 환란(換亂)은 이제 진정국면이다. 바닥으로 내려갔던 대외신인도도 어느정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소득이 있다면 그것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의 공유일 것이다. 소위 「바닥 장세」에서 출범한 공동정권이 이 만큼이라도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던 것은 김대통령의 위기대처 능력 때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100일 밖에 안된 정권의 업적이나 공과(功過)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지나온 100일 보다는 앞으로 남은 세월이 너무도 길고, 또 장래를 예측하기란 퍽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공동정권이 넘어야 할 고비나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마침 취임 100일째 되는 날 실시된 6·4지방선거 결과가 이를 잘 웅변하고 있다. 선거결과로 보면 자신들의 텃밭과 수도권을 장악한 집권세력의 승리라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가 고질적인 지역할거구도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특히 여권에 무거운 과제를 안겼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5일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막힌 정국의 돌파 카드로 정계개편의사를 분명히 하고, 방미에서 돌아오는대로 곧 착수할 뜻을 밝혔다. 우리는 이같은 개편이 과거처럼 어느 한 지역이나 특정세력을 고립시키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새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사의 불평 등 문제가 새정부에는 멍에가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김대통령이 통치철학으로 제시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위해서는 개혁에 채찍을 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장원리에 맡긴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과거의 관치(官治)행태로 이뤄지고 있는 이중구조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바로 개혁의 성공여부가 뒷날 김대통령 평가의 역사적 잣대가 된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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