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이자율 年30% 환란극복위한 기초깰 판/대출묶는 은행 제재등 비시장적 접근도 동원해야『지금의 고금리는 단순한 고금리가 아니예요. 매출이 줄고 자재비용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제 느끼는 이자율은 연 30%는 됩니다. 그나마 돈을 빌려주겠다는 은행은 하나도 없으니…』 중소기업사장 J씨의 하소연이다. 연 3할의 이자를 내고 버틸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외환수급안정을 위해, 또 한계기업정리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어쩔수 없는 고금리라고는 하나 기업이 존재하고서야 환란(換亂)극복도 있고 경제개혁도 있다.
건실·부실을 가릴 것 없이 모든 기업을 아사지경으로 몰고 가는 망국적 고금리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 특히 한국은행이 앞장서야 한다. 「독립」된 중앙은행은 더이상 「수납창구」가 아니다. 한은이 통화신용정책의 최고결정권과 집행권을 가졌다는 것은 통화신용질서가 흔들리고 있을 때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붕괴하는 신용질서의 수호를 위해 비상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한은의 비상벨은 과연 켜져 있는지. 중견경제학자 S씨는 『중앙은행은 통화가치안정을 위해 존재하지만 지금이 계속 「점잖은 통화주의자」로 남아있을 상황인지 한은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선 돈을 푸는데 인색함을 덜어야 한다. IMF와 합의한 2·4분 본원 통화 상한선은 23조5,400억원이지만 현재 풀린 액수는 19조원도 안된다. 살인적 고금리시대에 한도를 5조원 가까이 남겨둘 이유가 없다.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통화량을 규제할 때가 아니다. 성장률과 실업률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펴야할 시점이다. 먼저 IMF와 합의한 통화공급한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의 반론. 『돈은 얼마든지 풀 용의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풀어도 바로 환수된다. 은행들이 신용리스크 때문에 기업대출을 기피해 돈이 금융권에서만 맴돌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돈을 푸는 것만 중앙은행의 몫이고 대출경색은 은행의 일이란 사고 자체가 너무 한가하다. 비상시국이라면 방출된 돈이 흐를수 있도록, 그래서 신용경색이 풀리고 금리가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기업대출을 안하는 은행에는 제재를 가하든, 은행들의 돈놀이수단으로 전락한 환매채(RP) 매각을 억제해 은행이 억지로라도 대출을 하도록 만들든, 깨진 시장을 복구하기 위한 「비시장적 수단」이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은행의 대출기능이 정지됐다면, 비록 실현가능성은 없지만 한은이 그 역할을 대신해보겠다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고금리가 시작된 순간부터 정부는 줄곧 금리인하를 공언해왔고 실제로 콜금리는 연 16%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여전히 20%를 넘고 대출 자체가 끊어졌는데 콜금리가 떨어진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난달 은행들은 앞다퉈 「중소기업지원」을 약속하면서도 대출을 늘리기는 커녕 뒤로는 1조2,500억이나 거둬들였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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