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당권파 “국민의 질책”6·4선거 결과와 관련, 한나라당 내부에 미묘하지만 뚜렷한 시각차가 형성되고 있다. 「열악한 조건에서 일궈낸 실질적 승리」가 당권파의 주장이라면, 「질책과 새출발의 당부」는 비당권파의 해석이다. 조순(趙淳) 총재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패배와 IMF위기라는 열악한 조건하에 치른 선거에서 기대이상 선전했다』며 『당초의 비관적 견해와 전망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 승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자평했다. 조총재는 특히 강원도 선거에서 자신이 한 역할을 전달하고 싶은 듯 『강원도는 내 자신의 출신도여서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후보를 도와주었고, 그것이 선거결과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승리 견인차론」을 폈다.
범(汎)당권파인 김덕룡(金德龍) 부총재는 『기대에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패배라고 보지 않는다』며 『정권교체 직후에, 그것도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여당을 밀어주어야 한다는 분위기속에 치른 선거에서 여권이 이 정도의 결과밖에 올리지 못한 것은 현 정권의 문제』라고 여권에 화살을 돌렸다.
반면 비당권파인 이회창(李會昌) 명예총재측은 각론에 대한 평가를 생략한 채 『총론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것은 정치가 국가위기 극복의 중심에 서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과, 강력하고 건강한 야당으로 새롭게 태어나라는 기대가 함께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새겼다. 이 명예총재가 거듭 강조해온 「당권교체를 통한 새 정치세력」의 필연성 강조다. 또 김윤환(金潤煥) 부총재측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지난 대선의 복제판이었던 이번선거는 승패논란이 어차피 무의미하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는 것은 차기당권을 둘러싼 전당대회 소집문제가 목전의 현안으로 대두돼 있기 때문. 당권파측은 『당력을 모으고 일사분란하게 결속해야 할 형편에 전대소집 운운은 가당찮다』고 일축하고 있는데 반해, 비당권파측은 『전국규모의 선거를 치르고 나면 당원들에게 신임을 몰어보는 것은 순리』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당내 양대세력의 대회전이 임박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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