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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票’ 안보이고 무더기 무효표에 누구 찍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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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票’ 안보이고 무더기 무효표에 누구 찍었는지도 몰라

입력
1998.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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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선거 무관심’정치권의 구태와 무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회의와 실망이 그대로 드러난 선거였다. 사상 최저수준의 투표율에다 무성의한 투표행위를 반영하는 무효표의 속출, 젊은층의 심각한 정치외면현상 등이 6·4지방선거의 대표적 특징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를 지켜본 학자 등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현재의 정치행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4일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후보들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나와 광역단체장 등 한, 두명에게만 대충 투표하고 나머지는 기권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성동구 옥수초등학교 투표소에 나온 박모(30·회사원)씨는 『점찍어놨던 서울시장 후보에게만 기표하고 나머지는 그냥 백지째 투표함에 넣었다』며 『경력, 자질 등을 전혀 모르는 후보들에게 어떻게 투표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들을 아예 찢어버리는 유권자도 많아 곳곳에서 선관위원들과 실랑이가 빚어졌다. 서울 광진을구 제4투표소에서는 오전10시50분께 김모(51)씨가 투표용지 4장 중 한장만 투표함에 넣고 나머지 3장을 그자리에서 찢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졌다. 김씨는 『시장만 투표할 생각이어서 나머지는 무심코 찢었다』고 겸연쩍어 했다.

이같은 무성의한 투표로 인해 이날 밤 개표작업 과정에서는 각 선거구마다 전례없이 무더기 백지무효표가 쏟아져 나왔다.

더구나 상당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도 정작 자신이 찍은 후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오는 20명 가운데 절반은 자신이 찍은 후보들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주부 김모(38)씨는 『시의원과 구청장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그냥 똑같은 번호로 연달아 찍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각 투표소에서 20∼30대 유권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송파구 삼전동 이세용(李世鏞·48)동장은 『아침부터 투표소에 나와 쭉 지켜보았으나 젊은 유권자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며 『현 정치권이 뭔가 크게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젊은층의 성향이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다 상대후보를 흠집내는 「네거티브 선거」의 보편화가 유권자의 정치적 냉소주의를 심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공선협 윤대성(尹大成·26) 간사는 『정권이 바뀌었지만 불황탈출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티격태격하는 정치권에 염증을 느꼈기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개정선거법이 지나치게 선거운동을 규제하고 있는 것도 이유로 지적됐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 사무국장은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리고 관심을 촉발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상태』라며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취지는 좋지만 개정선거법이 규제일변도로 바뀐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최윤필·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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