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아닌 호텔까지 가세/연인끼리 밤새 영화보고 새벽카페에서 커피 한잔 98년 새풍속도가 되었다심야영화가 영화관람의 번듯한 형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연말 낮에 상영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는 4시간39분짜리 영화 「킹덤」이 물꼬를 터놓은 심야영화가 이제는 영화이벤트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화로 확산되고 있다.
심야상영의 견인차는 「킹덤」과 마찬가지의 공포영화. 밤과 공포라는 공통된 이미지를 연결한 영화사의 기획이 맞아 떨어진 듯하다. 영화수입사인 베어엔터테인먼트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씨네코아에서 올나이트 심야카페라는 제목으로 「어글리」를 심야상영하고 있다. 밤 10시20분, 12시10분, 2시등 세 차례이다. 6일 개봉하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도 개봉당일 세 차례(밤11시, 1시, 3시) 심야상영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여고괴담」은 상영기간에 매주 토요일 밤12시 심야상영을 한다.
허리우드극장의 경우는 아예 심야상영을 이벤트화한 예. 「도심 속의 공포 올나잇 영화제」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30일부터 매주 토요일 세 편의 영화를 연이어 상영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극장이 아닌 호텔도 이에 가세했다. 쉐라톤워커힐호텔은 4일부터 한달간 밤12시부터 가야금홀에서 「어글리」를 상영한다.
이같은 현상은 공포영화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영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누드모델 이승희가 주연한 「물위의 하룻밤」은 6, 7일 동아극장에서 밤11시50분 심야상영된다. 이 영화를 홍보하고 있는 홍보대행사 올 댓 시네마는 심야상영에서 부부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을 경우 상영이 종료될 때까지 매주 토·일요일 심야상영을 추진할 예정이다.
심야영화가 확산되는 이유는 물론 관객의 성원이다. 거의 모든 심야영화가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당초 극장측은 직원의 근무시간 연장과 이에 따른 야근수당, 교통비 등으로 마뜩치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이제는 자세가 180도 바뀌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화관계자들은 『젊은이들의 생활패턴과 새로운 문화형식을 찾는 욕구에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사실 80년대 후반에도 심야영화는 있었다. 그러다 당시에는 보편적 정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관객이 급감해 극장마다 서둘러 심야영화를 폐지해 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젊은이들이 낮보다는 밤에 더 활동적이고 늦은 시각 극장에 들어가는데 부끄러울 게 아무 것도 없다.
IMF시대, 연인끼리 적은 돈으로 밤새 영화를 즐기고 새벽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98년 6월 서울 젊은이들의 풍속도가 되고 있는 것이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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