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생 자원봉사원이 150만원 ‘장사밑천’ 내놔/하루 9시간 교대로 근무 “일하는 삶 너무 기뻐요”실직노숙자들이 「포장마차 주식회사」를 차렸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지하철 가리봉역앞 골목길의 포장마차 「희망」. 얼마전까지 무기력하게 시내를 배회하며 서울역 지하도 등지에서 새우잠을 자던 노숙자 10명이 공동주인이다.
3일 새벽 2시 부지런히 떡볶이를 뒤집고 어묵을 갈아끼우던 박경수(朴京洙·37)씨는 『차가운 역사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 마냥 정부를 탓하고 신세타령만 하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며 『열심히 일해 떳떳하게 가족과 직장을 되찾겠다』고 힘찬 재기의 의욕을 보였다.
박씨는 고향인 전남 장흥의 한식점에서 주방장 일을 하다 지난해말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뒤 네살난 아들을 노모에게 맡기고 서울역으로 흘러들어갔다.
지난 연말 모자동차회사에서 실직한 김모(32)씨는 『노숙생활 한달이 넘으면서 스스로 나태해져 자칫 서울역이 인생의 종착역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며 『그러나 이제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이 뜻을 모으게 된 것은 서울역 실직자상담소 자원봉사원인 유일수(劉一秀·32·성공회신학대 신학2)씨의 격려 덕분이다. 『멀쩡하던 직장인들이 금새 노숙생활에 젖어 쉽게 부랑인으로 전락해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유씨는 우선 이들을 서울역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급하다고 판단, 자신이 살던 10평 남짓한 전세집을 노숙자들의 생활터전으로 내놓았다. 또 수중의 돈을 모두 털어 150여만원의 밑천을 마련한 뒤 역사생활을 오히려 편안해하던 노숙자들을 채근, 일을 나서도록 했다.
박씨 등은 오후6시부터 새벽3시까지 교대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낮에는 각자 노동일이라도 해 수입금 전액을 공동통장에 입금한다. 이들의 목표는 물론 자금이 모여지는대로 한사람씩 독립해 나가 정상적인 삶을 되찾는 것. 전직 가구회사 직원인 박희태(朴熙泰·37)씨는 『실직후 온갖 일을 안해본 것이 없으나 번번이 사기까지 당해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며 『이제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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