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문에서나마 남북한 교류의 맥이 이어질 수 있을까. 최근 민간단체 간의 남북한 문화교류가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리틀엔젤스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가졌고, 지난 2일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도 매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민족통일 예술축전」을 열기로 북한쪽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성균관대가 개성의 고려성균관대와 자매결연에 합의했다.리틀엔젤스 공연에 대한 답으로 북한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예술단이 서울 교환방문을 추진하기로 양측이 원칙적인 합의를 했고, 가을에 구체적인 협의를 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민예총과 북한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이 회담한 결과, 8월15일께 우리측 예술가 30여명이 2주간 평양 함흥등 4개 도시를 순회하며 음악 무용 사진 미술행사를 갖기로 했다. 또한 내년도 남한에서의 예술축전 개최를 긍정적으로 연구검토하되 구체적 시기와 장소는 이번 축전기간에 정할 예정이다.
남북 문화교류는 85년 남북한 예술단 교환방문 이후 해외에서 문화예술인, 학자등이 몇차례 모임을 가졌을 뿐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이렇게 남북간의 공식적인 대화가 고착된 가운데 민간 문화단체가 교류를 넓혀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교류를 넓혀가다 보면 민족적 동질감에 대한 인식과 신뢰가 쌓여 당국간의 대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민예총은 통일부, 문화관광부와 사전협의를 갖지 않았으나 민간차원의 문화교류를 지원한다는 것이 새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연시기가 북한체제에 대한 대대적 선전기간인 범민족대회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정부가 허용할 지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문화교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태도다. 체제상 민관(民官)의 구별이 없는 북한이 남한예술인들에게 판문점을 통과하도록 허용한 것은 그들의 태도변화로도 해석될 수 있으나, 시기를 범민족대회에 맞춘 것은 석연치 않다. 범민족대회 기간에 남한문화행사를 초대함으로써 그것을 체제에 대한 대내외선전에 이용하거나, 혹시 이 행사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책임을 남한측에 떠넘기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간차원의 문화교류가 예술과 과학, 스포츠, 종교등 비정치적 분야의 해빙으로까지 발전한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려면 무엇보다도 북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문화교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교류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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