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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밤하늘/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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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밤하늘/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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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학자들은 일본어 「아스카(飛鳥)」의 어원을 우리말 안숙(安宿)으로 보고 있다. 「조선반도에서 일본땅에 진출한 조선사람들이 집단이주하여 정착한 지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스카시대(593∼686)와 아스카문화 등으로 일본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도쿄와 사이타마(埼玉)현 접경의 오지(王子)에는 아스카야마라는 공원도 있다. 그 공원에는 일제가 약탈하여 옮겨 지은 우리의 애련당(愛蓮堂)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원래 평양 대동강변에 서서 「애련당 연못에서 빗소리 듣기」로 유명하던 이 누각은 시인묵객들이 빼어난 건축미를 노래하던 평양팔경의 하나였다. 그러나 93년 김정동 목원대교수가 남북한과 일본의 사료를 뒤지고 현장답사한 바에 따르면, 그 정자는 태평양 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불타버려 이제는 자취조차 찾을 길 없다.

■사이타마현 히다카(日高)시 고마진자(高麗神社) 주변에도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서 있는 고마역을 비롯하여 「고마(高麗, 실은 고구려)」란 이름을 붙인 언덕, 다리, 학교, 왕릉 등이 깔려 있다. 고구려의 많은 왕족과 귀족들이 나라가 망한 후 일본으로 망명해 그곳에 안주했는데, 고구려왕의 공덕을 기려 세운 것이 고마진자이다. 일본 곳곳에는 우리 문화의 흔적들이 널려 있다.

■최근 나라(奈良)현 아스카마을의 고분에서 나온 정교한 성수도(星宿圖·별자리 그림)를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이것이 고구려 시대 평양 부근에서 관측한 별과 성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학자들은 『아스카시대에는 궁궐에 고구려 사신의 숙소가 있었을 만큼 양국의 관계가 깊었다』고 설명했다. 고구려는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면서 동아시아에 민족의 웅대한 기상을 떨쳤다. 성수도는 우리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고구려와 주변국가의 관계, 당시의 과학적 지식등을 연구과제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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