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땐 금융경색지속·국민부담 가중”/‘2기 노사정’ 출범따른 정치적 고려도『이 정도론 안돼!』 정부가 3일 은행권이 제출한 부실기업판정결과를 받아보고 내던졌다. 「시장을 통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해왔던 기존 입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는 정부가 구조조정정책의 선회, 즉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공식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적 구조조정」에서 「정부주도의 개혁」으로 정책방향이 바뀐 것이다.
정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적극 개입」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한 것은 개혁추진력에 대한 항간의 의구심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8일로 예정됐던 부실기업판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보나마나다』『재벌그룹은 빠지고 힘없는 작은 기업 몇개만 죽이고 말 것이다』『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일 것이다』란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은행권이 제출한 살생부 리스트에는 30여개 기업이 올라있었으나 그중 15개내외만 정리대상이고 나머지는 매각대상으로 분류, 사실상 회생시킨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협조융자대상은 모두 「회생가능」쪽으로 분류되고 5대재벌 계열사는 5대 재벌이 스스로 정리방안을 은행측에 제출토록 했으나 한 곳도 제출되지않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이었다.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은 2일과 3일 연속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이같은 정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위원장은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금융경색 지속으로 기업의 흑자도산이 늘어나 결국 국민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 정부주도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특히 2기 노사정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재벌개혁이 미진할 경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정책선회를 계기로 재벌 계열사와 협조융자기업에 대한 처리가 예상보다 강도높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협조융자기업은 「회생가능」쪽에 모두 분류됐으나 일부는 정리대상으로 재분류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번 판정대상 기업 250개 가량에서 15개가량을 정리대상으로 정한 것도 사실상 종전보다 크게 발전한 것이라며 금감위의 판정안 반려에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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