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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금융 마비 수출기업 ‘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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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금융 마비 수출기업 ‘질식’

입력
199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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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따내도 거래銀서 신용장매입 거절/月 수출환어음 매입 IMF전보다 22% 줄어경기 반월공단에 있는 전자부품업체 A사 K사장은 지난 1년간 10억원을 들여 신상품을 개발했지만 요즈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미국 바이어와 어렵게 15만달러 어치의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나 거래은행이 신용장(LC) 매입을 거절하는 바람에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할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극복의 견인차인 수출산업이 정부정책의 혼선과 무역금융 등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무너질 위기에 몰려 있다. IMF 체제후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60% 절하(환율상승)돼 수출을 늘릴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으나, 수출산업에 「피」를 공급하는 무역금융이 심각한 동맥경화증에 걸려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재계는 강조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올들어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5월들어 마이너스(2.6%)로 돌아섰으며, 특히 5월 수출은 종합상사들의 자금회전을 위한 금중계 수출(5억달러 추정)을 빼면 7%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것.

재계는 수출확대를 가로막는 최대 요인으로 금융시스템 마비를 지적하고 있다. 이는 무역협회가 최근 중소수출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애로사항중 90%를 무역금융의 마비라고 지적한 데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의 수출환어음 월평균 매입실적은 IMF 이전의 230억달러에서 올들어 170억달러로 60억달러(22.2%)가량 줄었다. 인수인도조건(DA) 등 수출환어음의 매입을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늘어나는데 수출환어음의 매입실적은 줄어드니 수출감소는 불가피한 형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李壽熙) 연구위원은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중화학은 대부분 DA방식의 외상수출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은행들이 수출환어음을 위험자산으로 분류해 이의 매입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LC네고때 12∼13%(리보+7%)의 비싼 외환수수료를 요구하는 것도 기업들의 수출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직물업체사장은 『폴리에스터직물 1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려면 1,000만원정도의 부대비용이 들어가는데 이중 70%가 외환수수료 등 외환관련 경비』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무역금융을 복원하기위해 중소기업의 무역어음 재할인·한도 확대, 30대그룹에 대한 무역금융 부활 등을 요구했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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