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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대받은 日王/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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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대받은 日王/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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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자동차의 운전석이 우리나라와 달리 오른쪽에 있다. 일본도 그런데 이것은 일본이 같은 섬나라이자 입헌군주국인 영국을 여러가지 면에서 모델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일본사람들은 스스로 일본을 「동양의 영국」으로 생각해 영국을 닮으려 노력해 왔다. 왕세자가 유학을 가도 영국을 택했다. 이처럼 영국을 동경하는 일본사람들의 마음과 달리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영국을 방문한 일왕 아키히토(明仁)는 과거사문제로 곤욕을 치렀다.■2차대전중 일제의 학대를 받았던 영국군포로 등은 일왕의 명확한 사죄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5월24일 일본 궁내성대변인이 『일본헌법은 일왕의 정치활동을 일절 금하고 있다』며 사과를 거부한데 이어 일왕이 26일 버킹엄궁전 만찬에서 『그들이 전쟁으로 입은 상처를 생각하면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애매하게 사과하자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은 일왕이 탄 마차행렬에 일제히 등을 돌리는 등 항의데모를 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본총리는 연초 블레어 영국총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영국의 대중지 「선」에 2차대전중 영국군포로 등의 학대를 사죄하는 글을 기고했었다. 이 기고문도 선紙가 먼저 제의, 영국총리가 일본총리에게 이를 받아들이도록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일왕 아키히토의 방영을 앞두고 영국내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하려는 양국 총리의 생각이 일치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기대와는 달리 항의데모가 계속되자 일부 일본언론은 수많은 나라를 식민통치한 영국은 한번도 사과한 일이 없으면서 일본에만 사죄를 요구한다고 불만에 찬 기사를 싣기도 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살필 수 있듯이 일본은 영국군포로들을 수없이 학대해 죽이고도 사죄를 거부하는 것은 전후청산, 즉 반성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A급 전범인 도조 히테키(東條英機)를 영웅화한 영화 「프라이드와 운명의 순간」이 이를 말해준다.<이병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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