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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印尼 외국기업/윤석민 뉴욕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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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印尼 외국기업/윤석민 뉴욕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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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소위 「잘나가던」 미국 등 외국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수하르토 친인척을 비호세력 삼아 그동안 승승장구했으나 세상이 하루아침에 뒤바뀐 때문이다.수하르토 사람들과 주식 상납, 벤처 합작 등 정실관계를 통해 사업을 벌인 기업에는 세계 일류기업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제너럴 일렉트릭(GE), AT&T 자회사인 루센트텍, 휴스, 독일의 텔레콤, 지멘스, 일본의 마루베니 등 굵직한 이름이 망라돼 있다. 서구자본주의의 규범에 벗어난 탈법행위이지만 일단 연을 맺으면 확실한 보호막과 사업성이 보장된 때문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자카르타에서 약탈,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군대의 보호를 받았다. 외국인 투숙객이 많은 특급호텔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근 동급호텔에는 군인이 보이지 않았다.

이 호텔의 소유주가 수하르토의 차남 밤방 트리하트모조인 때문이다. 밤방은 휴스 위성통신사의 지분도 갖고 있다.

GE와 루센트텍은 한때 후계자로 점쳐지던 장녀 시티 하르디얀티라는 확실한 줄을 잡았었다. 뉴올리언스에 소재한 프리포트는 수하르토의 「골프친구」인 모하마드 하산을 파트너 삼아 광산 채굴권을 독점함으로써 미기업중 최대 투자사로 올라섰다.

한국의 기아자동차는 3남 만달라 푸트라와의 연줄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에 뛰어 들었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 그래도 수하르토 건재시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소 위협에도 끄덕 없었다.

장삿속에 모두가 권력 앞에 굽신 거린 것은 아니다. IBM과 맥도널드햄버거는 수하르토 사람들의 집요한 접근을 물리치고 인도네시아에서 버텨낸 「용기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눈 앞의 이익에 대한 집착은 기업의 생리일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경영과 기업의 투명성을 주장하며 아시아 기업의 개방을 부르짖어 온 미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인도네시아의 경우에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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