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원회가 내년부터 96개 사업의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려는 아웃소싱제도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나, 이를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부문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다.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와 소장유물의 관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이를 민간에 위탁시킬 경우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국보유물들은 문화재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몸에 밴 전문가들의 손에 맡기는 것이 마땅하다.이 문제는 지난 2월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가 국립지방박물관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는 방침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철회한 적이 있는데, 다시 아웃소싱제에 포함돼 재론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당시 지자체들 역시 문화재에 대한 전문인력 부족과 재정상의 어려움이 예상되자 박물관 이양받는 문제를 꺼렸었다. 돈을 벌기는 커녕 쏟아부어야 하는 박물관을 민간에 위탁한다면 문화재의 훼손과 도난등 부실화를 부를 위험이 높다.
최근 한국박물관협회와 한국고고학회 등은 『작은 정부에 성공한 뉴질랜드나 미국, 영국등도 국립박물관에 대해서는 재정적으로 특별지원하고 간섭은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협회나 전문가들의 견해조차 들어보지 않은 기획예산위의 방침에 대해 잇달아 반대성명을 냈다.
기획예산위는 재정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국립현대미술관도 민간위탁될 경우 운영이 상업적으로만 흘러 미술의 전반적 발전을 위해 비(非)인기 장르도 지원해야 하는 본래의 소임을 다하기 어렵다. 기획예산위가 민간위탁 운영 대상에 올린 문화부문은 이외에도 국립중앙극장과 정부간행물 및 영상제작, 도서관 정보화사업, 종합국어대사전 편찬, 국립자연사 박물관, 궁·능원, 중앙도서관 등이다. 이중 국어대사전 편찬이 지난 10년 동안 100억원의 정부예산을 들여 내년이면 마무리될 예정인 것처럼, 문화기관마다 담당자가 흔들리면 사업 자체가 표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관들을 민간업체에 위탁운영케 하는 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기획예산위의 계획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문화 비전문가가 상당수 운영에 참여하게 되며, 그들 또한 1년 단위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목표의 문화정책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문제는 국립 문화기관을 국영기업체 처럼 인식하는데서 비롯된다. 국영기업체처럼 경쟁체제나 시장경제원리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 국립 문화기관의 운영인 만큼 기획예산위의 재고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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