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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사랑의 편지/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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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사랑의 편지/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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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서울역에 다녀왔습니다. 2주째 소식도 없는 당신을 찾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갔습니다. TV에서 비춰주는 서울역 노숙자들의 모습을 보고 당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퇴직자아내의 편지)『이제는 혼자있는 시간도, 나 자신을 좀먹고 있는 듯한 패배감도 견디기 힘들다. 주인할머니가 「젊은 사람이 집에만 있자면 갑갑할텐데 출출할 때 먹어봐」라며 부침개 접시를 건내줄 때 너무도 낯이 뜨겁다』(퇴직자의 일기)

『얼마전 TV에서 아빠네 은행이 어렵다는 뉴스를 봤어요. 내 병원비 때문에 이사도 했는데 아빠직장까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요. 만약에라도 내가 죽으면…』(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아들의 편지)

연초 총인원의 4분의 1이 넘는 2,000여명을 감원한 제일은행 전·현직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서로 주고 받았던 편지와 일기 80여편을 모은 「작은 사랑의 편지」가 1일 출간됐다. 버젓한 은행원 신분에서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어버린 명예퇴직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은 상처, 살아남았지만 결코 즐거울 수 없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향해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직원들의 심리적 고통이 진솔히 담겨져 있다.

퇴직금 한푼 없이 직장에서 쫓겨나 새벽부터 인력시장을 헤매는 사람들에겐 퇴직금에 위로금까지 얹어 받은 명퇴은행원의 처지는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은 아픔과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구조조정 소용돌이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이들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책표지엔 「이젠 사랑과 희망으로 다시 일어나야 할 때」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실직자 혼자의 용기로는 아무 것도 할수 없다. 일자리를 지켜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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