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신예 테너 교대 출연 기량 뽐내/신동호곱고 서정적 음색 동양의 파바로티 가을엔 라보엠 공연/김재형깨끗하고 힘찬 노래 더블캐스팅 대타로 뜻밖의 행운 잡아2명의 멋진 호프만이 여름 무대에 올라섰다. 서울시립오페라단이 5월30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인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번갈아 출연중인 테너 신동호(43), 김재형(25)씨. 노래와 연기 양쪽에서 만족스럽다. 중견과 신예가 나란히 기량을 뽐내는 모습이 보기 즐겁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낭만적인 시인 호프만이 술집에서 털어놓는 연애담이다. 그는 세 여인을 사랑했지만 결과는 모두 참담하다. 10대 시절 첫 사랑은 어처구니 없게도 인형, 그만 부서져버린다. 20대에 정열을 바친 여인은 병들어 죽고 30대에 만난 창녀는 딴 남자와 달아나버린다.
호프만은 힘든 배역이다. 10대부터 40대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극의 흐름에 따라 걸음걸이, 발성, 성격표현을 달리 해야 한다. 『호프만을 잘 해내면 최고의 테너』라는 말이 있을 만큼 어렵다. 두 사람의 호연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신동호는 무척 아름답고 울림이 좋은 목소리를 지녔다. 그만큼 곱고 서정적인 음색은 외국인들에게서도 듣기 힘들다. 파바로티 콩쿠르에서 1등 했을 때 「동양에서 온 파바로티」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87년 귀국한 뒤로 매년 1∼2편씩 꾸준히 오페라무대에 서왔다. 지난 해에는 국립오페라단의 「청교도」에서 테너로는 기적에 가까운 하이 D(높은 레)음까지 멋지게 뽑아내 영웅이 됐다. 『그동안 쭉 이탈리아 오페라만 하다가 프랑스 오페라를 하니 힘든 게 참 많았지만 남들이 하지 못하는 오페라에 도전해 자신감과 긍지가 생겼다』고 말한다. 올 가을 오페라 「라보엠」을 할 예정이다.
김재형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다. 서울시립오페라단 13년 역사상 최연소 주역으로 신인오디션에서 발탁됐다. 5월31일 하루만 출연 예정이었으나 신동호와 더블캐스팅됐던 모씨가 그만두는 바람에 2일 한 번 더 출연하게 됐다. 믿기지 않는 행운에 얼떨떨해 있는 동안 그의 연습을 지켜본 이들은 「보석을 건졌구나」하고 무릎을 탁 쳤다. 깨끗하고 힘있는 그의 노래는 미래의 성공을 점치게 한다. 96년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국립합창단원이다. 졸업 후 오페라 경력이라곤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오페레타 「박쥐」뿐이지만 거기서 이미 실력을 입증했다.
내년에 독일로 유학을 간다. 지난 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벨베데레 콩쿠르에 입상했을 때 루체른오페라단이 그를 선택, 내년에 「코지 판 투테」와 「호프만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마침 7월 예술의전당이 올리는 「코지 판 투테」에도 출연하게 돼 있어 행운이 겹쳤다. 공연은 3일까지 계속된다. 오후 7시30분. (02)3991670<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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