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로 소외된 청소년 당근깎고 채썰다보면/머리속 온갖불만 사라져 ‘요리사 꿈’ 새로운 목표에 모든일이 즐거워진다중2때부터 자퇴와 복학을 거듭하던 김송이(가명·17·인천 연수구 청학동)양은 지난 해 말 불량청소년들과 어울려 지나가던 학생을 때렸다는 이유로 감별소에 들어갔다. 3월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복학도 안되고 달리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밤늦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대낮까지 늦잠을 자는 것이 일과. 비행청소년으로 점점 빠져들던 그가 요즘 마음을 고쳐먹었다.
4월초부터 인천 연수구 선학동 선학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청소년요리교실」에 다니면서 요리사가 될 꿈을 키우고 있다. 학교중도탈락자를 대상으로 하는 요리교실에서 그는 요리와 함께 노동의 의미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주1회 이론과 2회 실기, 집단상담 등으로 이뤄지는 「요리교실」. 처음에는 부모의 닦달로 마지못해 나왔으나 요즘은 아무리 친구들이 꾀어도 『땡땡이치지』(빼먹는다는 뜻의 속어) 않는다.
당근을 예쁘게 돌려깎고 달걀 지단을 곱게 채써는 동안 머리속을 오가던 온갖 불만이 스르르 사라졌다. 문제아로 지목해 차별하던 선생님 때문에 학교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얼마전까지도 교복입은 친구들을 보면 속이 상했다. 하지만 요즘은 요리사란 목표 덕분에 더이상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8월에 치를 한식조리사자격시험에 대비해 영양학 위생학 등 공부도 열심이다.
4월에 생겨난 이 복지관의 「청소년요리교실」은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문제아나 학교부적응으로 자퇴한 청소년등 15명에게 무료로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이 재료값 교육비등을 지원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전영순과장은 『의지력이 부족하고 삶의 목표가 없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요리는 직업교육으로도 좋고 무엇보다 공식에 따라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동안 인내심을 배우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전과장은 『학교 수업을 예사로 빼먹던 습관 탓인지 처음에는 절반 정도 출석하기가 힘들었다. 무얼 시켜도 선뜻 나서지 않더니 요즘은 한 두명이 빠질 뿐이고 수업분위기도 활기있다』고 들려준다. 『이 가운데 20%만 남아도 성공일 것』이라던 보호관찰소장의 초기 예측과는 영 딴판인 셈이다.
이들을 변화시킨 것은 무엇보다 자치회와 봉사활동. 부족한 자율성을 길러주자는 의도로 자치회를 구성하게 했더니 제일 나이가 많은 윤현수(가명·20·인천 중구 경동)씨를 회장으로 뽑았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고1때 학교를 그만둔 그는 대인관계가 미숙하고 말이 없는 편. 회장을 맡고 부쩍 밝아진 그를 중심으로 아이들은 한달에 한 번씩 봉사활동도 간다.
지난달 16일에는 중증장애인보호시설을 방문, 수프와 샐러드를 선사했다. 숟가락질도 어려운 장애아에게 음식을 떠먹여 주면서 김양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예비요리사들은 이 달에는 혼자 사는 노인을 방문해 삼계탕을 대접할 계획이다.<글 김동선 기자>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