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선 비닐랩·플라스틱컵 사용량 급감/우리도 이미 근로자불임등 피해징후/전문가들 “정부종합대책 더 앞당겨야”특정 화학물질이 체내에 쌓여서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수컷의 암컷화를 초래하는 「환경호르몬 공포증」이 요즘 일본열도를 휩쓸고 있다.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물질 관련제품 판매량이 급감하고, 비닐랩이나 플라스틱컵 사용량도 크게 줄었다.
환경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미 환경호르몬 피해로 보이는 징후들이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환경부가 29일 발표한 2004년 권고기준치 마련, 2008년 총량규제 방안 마련 등의 3단계 환경호르몬 종합대책을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사례
환경호르몬 연구자들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각종 화학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 국내에도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피해가 이미 발생했는데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사무총장 최열·崔冽)은 29일 경남 양산 모전자제품회사에 일하다 95년 8월께 부산대병원에서 불임판정을 받은 남녀 근로자 23명이 환경호르몬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여성근로자 17명이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남성근로자 6명이 정자수 부족으로 불임이 됐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연구원은 공장과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결과 반도체 세정제로 사용된 솔벤트5200(2브로머프로펜)이 근로자들의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정부는 『환경호르몬 관련성 확인을 위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연구자들의 지적을 한쪽귀로 흘려 정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또 최근에는 선박용 도료로 주로 쓰이는 TBT(트리뷰틸주석) 오염으로 인해 군산에서 포항에 이르는 남해안 전역에서 고동, 소라 등의 암컷에 수컷의 생식기가 자라나는 임포섹스현상까지 발견되고 있다.
한국환경기술개발원의 박정규(朴貞圭·34) 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내분비계 교란물질 관리의 필요성」이란 논문에서 환경호르몬 유발원으로 밝혀진 PCBs(폴리염화비페닐)오염도가 높은 낙동강하구 부근 지역의 어류 조류 주민들이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정밀조사를 요구했다.
■대처방안
선진국도 환경호르몬에 대한 검사방법 고안이나 허용기준치 설정 등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이 올해 85억엔을 투입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나라도 ▲99∼2001년 환경호르몬 현황과 생태계에 대한 영향 조사 ▲2002∼2004년 권고기준 농도치 설정 ▲2005∼2008년 환경호르몬 물질 지정과 총량규제방안 마련 등의 대책을 29일 내놓았다. 그러나 환경부의 대책에 대해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김록호(金祿皓) 교수는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이라며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조사와 인체역학조사를 동시에 병행, 가능한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와함께 환경호르몬 문제가 새로운 무역분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투자와 관심을 끌어내는 정책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EU(유럽연합)에서는 특정물질에 대한 규제를 시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컵라면의 용기가 문제가 되자 라면회사들이 발빠르게 종이컵으로 용기를 교체하고 있다.
한편 환경련은 내달 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민·관 합동으로 「환경호르몬의 위해성과 대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한다.
◎환경호르몬 이란
환경호르몬(정식명칭 내분비교란물질)은 동·식물의 체내에 축적돼 호르몬처럼 작용, 정상적인 발육을 교란시키는 각종 유해화학물질. 특히 성호르몬의 기능에 많은 영향을 미쳐 수컷의 정소를 축소시키거나 암컷의 난소에 기형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해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DDT, 아트라진, 엔드린 등 농약류 43종과 다이옥신, PCBs, 페놀 등 유기화합물류 24종을 환경호르몬 유발물질로 규정했다.
◇환경호르몬 유발 추정물질의 종류·용도
DDT:살충제
다이옥신:스레기 소각장, 월남잔 당시 고엽제의 성분
PCBs:전기절연제
TBT:선박용 도료
비스페놀A:합성수지 원료, 맥주나 음료수용 캔용기
폴리카보네이트:플라스틱 식기
스티렌다이머:컵러면을 비롯한 각종 식품용기
유기염소계 농약:살충제,제초제<이은호·박천호 기자>이은호·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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