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갑자기 유명해진 국제통화기금(IMF)이 설립된 것은 2차세계대전중이던 1944년 전후의 국제경제질서 수립을 위해 미국의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연합국 금융통화회의가 열려 여기서 체결된 통칭 브레턴우즈협정에 의해서다. 이 회의에 영국대표로 참가한 것이 IMF보다 더 유명한 경제학자 J M 케인스였다. 케인스의 국제청산동맹안은 미국측 화이트의 안정기금안과 격돌하여 결국은 케인스안이 양보를 하게 되지만 20세기의 세계 경제학계를 지배한 이 대경제학자는 IMF의 산파역으로 크게 활약했다. 1946년 미국에서 열린 IMF의 창립총회에 영국 대표이사로 참석했다가 귀국후 얼마만에 운명하게 된다.1차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영국에는 블룸즈버리 그룹이라는 지식인 모임이 있었다. 특히 대전후에는 그 혼란속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을 찾아내려는 운동의 엘리트집단이었다. 이들은 런던의 중심부인 블룸즈버리지구의 스티븐가(家)에 자주 모였다. 이 집의 자매가 버네서와 버지니아(뒷날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였고 버네서의 남편으로 미술평론가이던 클라이브 벨, 버지니아의 남편이 되는 레너드 울프를 비롯하여 주로 작가 철학자 예술가들이 멤버였다. 이런 그룹에 다소 이색적인 존재가 경제학자 케인스였다.
멤버들은 거의가 케임브리지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와 킹스 칼리지 출신으로 케임브리지에서 철학을 가르친 G E 무어의 사상에 크게 영향을 받아 있었다. 무어는 그의 「윤리학원리」에서 인간생활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사람이 서로 교제하는 것, 아름다움을 향수하는 것,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꼽았고 이것이 이 그룹의 신조가 되다시피 했다. 진보와 자유에 대한 신념이 이들의 기본 자세이기도 했지만 미(美)에의 전심(專心)이 무엇보다도 이들이 공유한 가장 큰 가치관이었다. 이것이 케인스의 경제학에 큰 작용을 하게 된다.
케인스는 이 그룹시대이후 케임브리지에 아트시어터를 세우고 2차대전중에 문닫은 코벤트가든을 오페라극장으로 부활시키는가 하면 예술장려회 회장으로 취임하는등 예술의 진흥에 일생동안 헌신했다. 그가 죽던 해에도 그 바쁜 경제적활동의 격무속에서도 코벤트가든의 회장석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관람하고 있었다.
케인스는 블룸즈버리 그룹의 일원이던 화가 덩컨 그랜트의 영향으로 그림수집을 시작하여 그가 죽었을 때 유산 속에는 세잔, 피카소, 마티스등 3만파운드 값어치의 명품들 컬렉션이 있었다. 그는 자기 개인을 위해서 뿐아니라 재무부를 설득시켜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많은 명작들을 소장시켰고 그의 그림에 대한 식견은 전문가 수준이었다.
1930년 6월 케인스는 마드리드에서 「우리 손자들의 경제적 가능성」이란 연제의 강연을 했다. 당시는 세계경제가 대불황의 바닥을 헤맬 때였다. 그는 이 강연에서 100년후 손자들의 시대에는 자본축적과 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경제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낙관했다. 일단 경제문제가 해결되면 인간은 단순한 축재만을 위한 화폐애(금전적 욕구)에서 해방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적 여유에서 생기는 여가를 현명하고 행복한 생활을 위해 어떻게 쓰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돈만 아는 부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물론 그런 경제상태에 도달해 있지 않고 앞으로 100년간은 금전적 욕구를 이용한 경제성장에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결코 경제문제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거나 경제문제로 가정되는 여러가지 필요성 때문에 보다 크고 보다 지속적인 중요성을 가진 다른 여러문제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충고로 케인스는 강연을 결론지었다.
여기서 경제문제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중요성을 가진 다른 여러 문제란 케인스가 블룸즈버리 그룹에서 익힌 신조, 즉 인간생활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마음의 상태요 그 중에서도 특히 미의 향수임을 말하는 것이었다.
청빈 속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움은 만끽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많은 경우 빈곤은 경제생활에 시간이 빼앗겨 다른 정신활동의 시간적 여유를 없게 만든다. 케인스가 경제학자로서 평생 노력한 것은 정신생활의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게 하기 위한 경제생활의 향상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경제학은 목표라기보다 수단이었던 셈이다.
IMF사태로 대공황과도 같은 심연에 처한 우리 국민들은 IMF의 창설멤버인 대경제학자 케인스의 충고에도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본사 논설고문>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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