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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재원 마련/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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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재원 마련/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특별기고)

입력
1998.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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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정부는 연일 우리 경제의 회생을 위해 금융부문과 기업부문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는가를 발표하고 있다. 발표하는 정부부처마다 차이는 있지만 금융구조 조정만을 위해서도 향후 5년간 67조원 이상의 공공자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국민 1인당 150만원 이상의 과도한 부담을 의미한다.그러나 정작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걱정만 할 뿐 전문가들을 설득할 만한 묘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많은 돈이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경제파탄의 주범들은 따로 있는데 운명적 연대보증인으로서의 국민들이 결국 그 빚더미를 짊어지게 된 것이다.

재원마련 수단은 크게 네가지 뿐이다. 세금을 올리든지, 예산을 줄이든지, 정부재산을 매각하든지, 돈을 빌리는 방법 뿐인 것이다. 이 중에서 국민들에게 당장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은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거나 정부재산을 매각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추경예산을 편성해가면서 까지 예산을 8조원 이상 줄이는 노력을 했으나 정작 정부조직개혁에 실패함으로써 장기적이고도 대폭적으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기획예산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공공부문을 개혁하고 예산지출의 효율성을 높여 예산을 절감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정권 초기에 못한 공공부문의 개혁을 나중에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예산지출의 효율성 제고 노력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가시적인 예산절감효과를 달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다음 공기업을 비롯한 정부재산의 매각은 단기적으로는 재원을 마련해줄 뿐 아니라 그 기업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나 공공노조의 반대가 이미 심상치 않고, 정실인사로 내려간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과연 그러한 매각에 찬성할 것인지 극히 의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예산의 추가삭감과 공공재산의 매각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희생노력이 없이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수증대를 위해서는 그동안 용인되어 오던 탈세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현재처럼 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선 기업이나 사업자들을 쥐어 짜는 것 또한 용이한 일이 아니다.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에서 불필요한 감면 조치들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유류관련 특소세와 교통세, 주세, 담배세 등을 인정해야 하며 특히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실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지난번 대선에선 정당한 근거없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던 금융실명제를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실명제를 그토록 주장하던 사람들이 현 정부 경제팀의 핵심으로 포진해 있으면서 금융실명제의 고사를 그대로 보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처사이다. 만에 하나 금융실명제를 되살리는 것이 당분간 어렵더라도 현재의 금융실명제 틀 안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실시하는 것이 세수증대를 위해서 뿐아니라 서민들과 고금융소득자들 간의 조세 형평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앞의 세가지 방법을 다 쓰고도 재원이 충분치 않을 때, 구조조정기간만이라도 적자재정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 적자재정은 이자율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뿐 아니라 현재 국민들이나 후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키기에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으나 한시적으로 GNP의 3%정도 이내에서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용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재원마련에 대한 현실적 대책이 없는 구조조정이란 공염불에 불과하다. 재원마련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부문과 공무원들이 솔선하여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이해와 희생을 바탕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실시를 포함한 추가적 세수증대 방안의 실현이 가능해지고, 그래도 안될 땐 한시적으로 적자재정을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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