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ES사가 한화에너지 발전사업부문을 사는데 치르기로 한 돈은 1조2,236억원. 이 돈이면 주식시장에서 삼성그룹 산하 14개 상장사의 경영권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조금 더 보태 1조6,256억원이면 현대그룹 산하 23개 상장사의 경영권을 쥘 수 있다.2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9일 현재 상장법인들의 주식 시가총액은 기업의 실질가치를 나타내는 순자산(자산총계부채총계)의 45.6%에 불과한 63조9,887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통 시가총액은 최소한 순자산가치 이상이 돼야 하지만 최근 주가폭락으로 국내 30대 그룹의 경우 182개 상장계열사의 순자산은 62조1,645억원이지만 시가총액은 28조5,805억원(47.6%)에 그쳤다.
이에 따라 3조4,670억원이면 시가총액규모가 가장 큰 현대그룹 계열 상장사 23개의 주식전체를 사들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얻는데 드는 돈은 1조6,256억원, 지분 50%를 확보해 절대적인 경영권을 획득하려면 1조6,677억원이면 충분한 상태다.
국내 상장사 대주주들의 평균 지분율은 33∼34%이며 대주주들의 지분평가액이 100억원이하인 회사가 50%를 넘는 481개사에 달하고 있다. 회사별로는 관리종목인 모나리자의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2%에 불과해 6,000만원만 있으면 회사를 인수할 수 있으며 경향건설 진로종합식품 세계물산 기린 핵심텔레텍도 대주주 지분평가액이 2억원에 못미쳤다.
따라서 가격측면에서 볼 때 외국인들이 국내기업을 인수하려 하려면 대주주간의 협상이나 계약에 의한 인수보다는 시장에서 지분을 매수하는 방식의 인수·합병(M&A)이 훨씬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프론티어M&A 황호승(黃鎬升) 팀장은 『국내 기업문화의 특성상 시장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획득하는 방식으로는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들고 M&A가 시작되면 주가도 현재가보다 훨씬 뛸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주식매입보다는 협상을 통한 M&A가 선호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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