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 생기지 않은 돌연변이/피부 자외선 차단못해 오히려 오래 못살아 ‘상서로움’ 아닌 ‘불운’지난 달 강원 인제군 내린천에서 흰 개구리가 잡혀 관심을 끌었다. 눈은 제 색이지만 온 몸이 흰 색으로 내장까지 보이는 흰 개구리를 주민들은 「상서로운 징조」라며 좋아했다고 한다. 이 개구리는 원래 산에서 살다가 겨울이면 하천에서 월동하는 「산개구리」종류다.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모든 개구리는 살갗에 멜라닌이라는 검은 색소 뿐 아니라 흰 색, 붉은 색, 노란 색, 초록색을 내는 여러 종류의 색소가 들어 있다. 이 색소들은 보호색을 만들고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돌연변이로 색소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피부가 하얗게 된다. 이번에 잡힌 흰 개구리가 돌연변이인 것이다.
피부가 투명하면 자외선을 막지 못해 오래 살지 못한다. 오존층 파괴로 지구에 쏟아지는 자외선의 양이 많아지면서 고산지대의 양서류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는 자외선이 얼마나 해로운가를 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 투명한 피부로 태어난 개구리는 불운하다고 할 수 있다.
색소가 생기지 않는 돌연변이는 다른 동물에도 나타난다. 백마 백호 백사가 있고 가끔 참새 제비 까치도 하얀 종류가 생긴다. 사람도 피부가 하얘지는 백화증(白化症)에 걸릴 수 있다. 식물도 난(蘭)의 경우 잎에 엽록체가 생기지 않아 흰 줄무늬가 생기기도 한다. 돌연변이는 유전하기 때문에 흰 개구리가 새끼를 낳으면 또 흰 종류가 태어나게 된다.
피부색이 하얀 돌연변이는 모두 고가(高價)에 거래된다. 모 건강원에서 이번 흰 개구리를 10만원에 사갔다. 백사도 수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불운한 운명으로 태어난 동물이 더 비싸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강원대 생물학과 교수>강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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