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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도 모르는 평론가들”/홍정선교수 동료평론가들 신랄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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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도 모르는 평론가들”/홍정선교수 동료평론가들 신랄히 비판

입력
1998.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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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회’ 여름호 기고/“상식과 교양의 결여 앞뒤 안맞는 非文판쳐 지금 한국평단은 시장판”『주어와 서술어를 맞추는 문장수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 논리적인 글을 애초부터 구성할 능력이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비평가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이고 다닌다』. 문학평론가 홍정선(洪廷善·45·인하대 교수)씨가 아주 독하게 동료 평론가들을 비판한 글을 발표해 문단의 화제다.

문단 특히 비판을 생명으로 하는 평론계에서도 건전하고 생산적인 상호비판을 보기 힘들어진 것은 오래된 일. 나아가 몇몇 출판사·문학지를 중심으로 편가르기식 자화자찬의 평문만이 힘을 떨치거나 익명의 비난성 촌평이 난무하는 비평계 현실에서 홍씨의 글은 충격적이다. 그는 계간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실린 「공허한 언어와 의미있는 언어」에서 몇몇 평론가의 실명과 그들의 문장을 일일이 예로 들며 「한국평론의 빈곤」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홍씨가 맨 먼저 지적한 것은 평론가들의 건전한 상식과 교양의 부족. 그는 김소월의 유명한 시 「왕십리(往十里)」에 대한 한 평론가의 글을 예로 들었다. 「가도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올랴면 한닷새 왔으면 좋지」라는 시구는 비가 닷새쯤만 내리고 그만 그치면 좋겠다는 의미인데도, 이 평론가는 왕십리에 관한 무학대사의 전설에 대한 상식이 없어 「내리는 비는 기다림과 동의어」라고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홍씨가 두번째로 지적한 문제는 비평의 논리성. 그는 최근 리얼리즘­모더니즘 논쟁에 참여한 한 평론가가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논리적 연관 없이 널뛰듯 제멋대로 비약하며 아무렇게나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평론가들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실수가 아니라 비평의 ABC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데서 나온 총체적 난맥상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홍씨는 『문장 자체가 비문(非文)에 가까워 도저히 읽을 수가 없는』한 평문을 예로 들어 탄식어린 어조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홍씨는 평단의 상황이 악화한 이유를 『80년대 이후 시대상황에 따라 언론출판에 가해졌던 탄압 때문에 등단의 까다로운 절차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당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조성됐고 그 결과 「스스로의 활동에 의해 스스로를 평론가라 이름붙인」 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했다』며 『이들 아마추어 평론가들이 90년대 문화산업 체제에서 비평을 수요에 따른 시장생산의 한 품목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같은 평론계의 모습을 「시장판」으로 규정하고 『사회에 소비자보호운동이 있듯이 우리의 정신세계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독자들도 평론의 수준과 논리를 따져 불량품을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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