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총 연구비,英 그락소의 15분의1/인력도 외국 1개社보다 적어/업계 전략적 기술제휴가 필요우리나라에 제약업이 들어온지 100년. 하지만 이 1세기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하나도 없다. 그동안 신약발매라고 발표되는 것들은 이미 나와있는 제품의 제조방법 등을 조금씩 바꾼 개량신약. 이를테면 복제품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왜 제대로 된 신약 하나가 없을까. 제약협회 정세훈연구위원은 『신약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년이 넘는 긴 개발과정과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 투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힘들다는 낮은 성공확률.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개발의 어렵고 먼길 대신 손쉽게 돈을 버는 길을 선택해왔다. 효능은 비슷하면서도 이름만 다르게 붙인 제품을 팔자니 「광고전단」과 「접대」에 목을 맬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역사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신약개발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90년대 초반부터. 물질특허의 도입과 의료시장 개방등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 직면한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신약개발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한 생존전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약개발에는 적지않은 걸림돌들이 놓여있다. 무엇보다 돈과 사람의 절대적인 열세. 국내 100대 제약업체의 총연구개발비(96년기준)는 매출액의 4.27%인 1,809억원. 90년의 3.28%와 94년 3.75%에 비해 꾸준하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영국의 그락소웰컴 1개 기업의 연구개발비 20억달러(2조8억원)와 비교해 15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연구인력도 마찬가지다. 국내 연구인력은 제약회사를 모두 합해도 3,500명수준. 세계 10대 제약회사의 평균 연구인력숫자(3,700명)보다 적다.
이에 대해 제약회사 관계자들은 20∼30%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을 가진 외국기업과 비교해 전근대적인 유통망과 가격제도 등으로 수익률이 2∼3% 밖에 되지않는 허약한 우리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신약개발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3월 유한양행과 동아제약이 골다공증 치료 신약개발을 위해 맺은 전략적 기술제휴는 효과적인 신약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동아제약연구소 김원배 소장은 『외국의 거대 제약회사에 개발경험도 부족하고 투자여력도 없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개별적으로 맞서는 것은 결과가 너무나 뻔하다』고 말했다. 결국 공동신약개발만이 살길이라는 제안이다.
신약산업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약개발이 나라 전체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신약개발에 대한 범국가차원의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이종욱 소장은 『신약산업을 수출주도형 전략산업으로 키워야한다』고 주장했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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