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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王의 영국 나들이/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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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王의 영국 나들이/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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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세상을 떠난 히로히토(裕仁) 전 일본국왕은 국내여행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2차대전때 본토방어를 위한 희생물로 삼았던 오키나와(沖繩) 주민들의 반감 때문에 그는 한번도 그곳에 가보지 못했다. 그러니 해외여행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2차대전 도발의 장본인인 그를 반겨줄 나라가 있을 리 없었다. 현인신(現人神)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강등」당한 굴욕적인 모습으로 미국을 찾아가 패전국 왕으로서 예의를 표했을 뿐이다.■그러나 전쟁도발에 직접 책임이 없는 그의 아들은 다르다. 90년 11월 정식 왕위 계승의식을 가진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적극적인 방문외교를 시작해 일본의 정치대국 외교를 돕고 있다. 첫 나들이로 91년 동남아를 택했던 그는 25일부터 영국을 방문, 8번째 순방외교를 펴고 있다. 중국방문때는 일제의 중국침략을 깊이 반성한다는 정치적 발언을 했고, 미국과 옛 추축국인 독일·이탈리아에서는 친선 제스처로 평화 이미지를 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영국방문은 처음부터 불협화음이 들려 방문성과가 주목된다. 일본 궁내성 대변인은 24일 영국방문길에 잠시 들른 리스본에서 국왕은 2차대전중 일본 포로수용소에서 고통받은 영국군 장병들에게 사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왕이 영국인들의 고통에 대해 개인적으로 슬픔을 표한 바 있다』면서 헌법이 국왕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과를 거부, 영국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 발언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몰라도 영국의 주간지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는 최근호에 살인범 3명과 함께 일왕의 사진을 나란히 실어 일본의 항의를 받았다. 사진은 「이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실렸다. 앞으로 일왕이 꼭 방문해야 할 나라는 한국이다. 일본은 국왕의 한국방문을 과거사 단절작업의 마지막으로 삼고 싶어한다. 언젠가 그는 한국에 올 것이다. 이번 영국방문처럼 서로 불유쾌한 일이 생길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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