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을 기준으로 한 97년도 일본 기업의 결산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모두 적자를 냈고 다른 업종도 수익이 줄거나 적자폭이 늘어 일본 경제의 울상을 반영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불황 속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로 사상 최고의 매출액과 이익을 기록한 제조업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교토(京都)에 본사를 둔 전자부품 전문제조업체 무라타(村田)제작소는 일본 기술력의 상징인 소니조차도 한풀 꺾이는 「초우량」 기업이다. 부품제조업체라고는 하지만 이번 결산에서 3,540억엔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경상 이익률은 소니의 3배 가까운 18.9%에 달했다. 더욱이 이런 엄청난 실적이 1엔짜리 부품을 팔아 쌓아 올린 것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무라타 신화」의 원천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세라믹 기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제품만으로도 전체 매출액의 70%를 채운다.
특히 세계시장의 50%를 장악,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라믹콘덴서는 무라타 신화의 상징이다. 1개에 1엔도 안되는 게 대부분이고 해마다 몇%의 가격인하 압력이 있는데도 새기술 개발로 이익을 낸다.
자고 나면 신제품이 나오는 전자부품업계에서 정상의 자리는 불안하게 마련이다. 무라타 신화도 위기로 단련됐다. 애초에 방 한칸 크기였던 휴대전화를 도시락 크기로 줄여 세계 최초의 카폰을 가능하게 한 것이 무라타의 세라믹필터였다. 그러나 96년말 휴대전화기의 초경량화 바람을 타고 세라믹필터 대신 집적회로(IC)를 채용하는 제조사들이 늘어났다. 무라타는 신기술 개발에 전력을 집중, 기능과 품질면에서 IC 제품을 능가하는 초소형 필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해 다시 위기를 극복했다.
사업부문별 독립채산 방식, 우수 인력의 조기 확보와 양성, 해외 자금 조달 등 선구적인 경영·인사 제도가 든든하게 기술력을 떠받치는 무라타 제작소. 하루 빨리 이런 기업을 국내에서 찾아 갈채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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