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불신의 심화탓이다. 6·4지방선거가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적신호다. 지난 23일부터 전국적으로 합동연설회가 시작됐지만 연설회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특히 지난주말 열린 각곳의 합동연설회장은 청중수보다 후보들의 운동원 숫자가 더 많았을 정도로 한산했다. 일부지역에서는 청중이 모이지 않자 후보자들간 합의로 합동연설회를 취소하는 진풍경도 생겨났다.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번 선거는 95년 6·27지방선거의 투표율 68·4%보다도 크게 떨어질 것이 틀림없다. 심지어는 투표율이 50%에도 못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거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상마저 나온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유권자들이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후보를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고 전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어야 할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후보를 절반이상의 유권자들이 전혀 모른다고 대답한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어딘가에 큰 허점이 있다는 증좌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난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가 몰고 온 경제적 어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먹고 살기도 힘든판에 선거는 무슨 선거냐』라는 유권자들의 자조심리가 팽배해 있다. 『어떤사람이 당선된들 얼마나 나아지겠느냐』는 냉소적 불신감까지 가세하여 아예 선거자체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선거를 또다시 지역할거 구도로 몰고 가려는 각 정당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도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심화시키고 있다. 저질비방의 인신공격인 「네거티브 캠페인」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요인중 하나다. 특히 이해못할 일은 TV매체를 이용한 광역후보자간 종합토론을 시청률이 저조한 오전시간대로 잡은 일이다. 여권이 선거열기가 달아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수있는 부분이다. 일부 여권후보는 무엇이 켕기는지 권위있는 언론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 참석을 거부하는 사태마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유권자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냉소와 무관심이 어떤 폐해를 가져올지 숙고해 봐야 한다. 국가가 어려울 때일수록 유권자가 정신을 바짝차려 믿을만한 일꾼을 뽑아야 한다. 적어도 무자격자가 선출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없이는 국난극복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이제부터라도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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