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판세 묘미없어/엘니뇨도 바람 잠재워『무관심은 미움 보다도 더 애정이 없는 것』이라는 속설이 6·4 지방선거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후보나 찬조연사가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오가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번 무관심의 가장 큰 이유는 우선 IMF가 꼽힌다. 경제파탄으로 실직자가 200만명을 육박하는 처절한 현실에서 『나를 뽑아달라』는 호소가 먹힐리 만무하다. 거리유세를 본체만체 하는 시민들을 붙잡고 무관심의 이유를 물어보면, 대다수가『먹고 살기도 힘든데 공허한 공약들을 들을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 한다.
여기에다 정치혐오증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나라경제는 파탄 났는데도 정치권은 총리임명동의 문제등 소모적 정쟁에 휩싸여 실업대책 등 생산적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꼴도 보기 싫은 한심한 정치권』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선거전에서 3김(金)이 사라진 점도 한 요인이다. 구(舊)정권 시절 야당은 정권교체를 이뤄야한다는 명분때문에 선거에 절박한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이같은 긴장감이 없어졌다. 30여년 동안 3김을 통해 「정치적 감정이입」을 해온 유권자들이 동일화의 대상이 없어져 선거에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봐야한다.
아울러 영남 호남 충청 등에서는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승부가 끝났고 수도권도 우열이 상당부분 드러나 있어 아슬아슬한 관전의 묘미가 사라졌다는 점도 무관심에 일조를 하고 있다. 또한 엘니뇨 현상으로 일찍 엄습한 무더위도 선거바람을 잦아들게 하는 역풍이 되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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