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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의 항변/이이춘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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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의 항변/이이춘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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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연의」는 진수(陳壽)가 편찬한 정사 「삼국지」에서 약 70%, 나머지를 각종 야사와 구전등에서 차용·각색하여 만든 소설이다. 소설 삼국지의 인기는 천하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숱한 장면에 대한 절묘한 묘사와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가 각별한 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등장인물중 관우와 제갈량은 최고의 각광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는 두 사람을 신으로 받들고 있으며 특히 관우의 관제묘는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관제묘가 있다. 서울 동대문 밖 숭인동에 있는 동묘가 바로 그것이다.

■관우가 사후 무신(武神)으로 모셔지는 이유는 그의 고절한 무술실력 탓도 있지만 삼국지가 그를 충절과 신의의 화신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우의 고향은 소금의 산지였다. 관우의 고향 사람들은 소금을 팔면서 관우와 동향임을 자랑했다. 신의의 화신인 관우의 동향인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관우가 무신인 동시에 재신(財神)으로 받들어 지는 이유다.

■이런 관우지만 주인으로 모신 유비에 대한 불만은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는게 정설이다. 초창기 유비쪽 인사는 대부분 유비의 동향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후에 형주등지 인사들이 참여하여 인재 구성 폭을 넓혔지만 관우는 이도 저도 아닌 타향인이었다. 유비가 공명의 정족론(鼎足論)에 따라 익주를 취해 촉을 세웠을 때 관우가 따라가지 않고 굳이 형주에 남은 것도 동향인들의 잔치에 끼고 싶지 않은 심정도 있었다고 한다.

■옛 중국에도 지역감정이 있었듯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지방선거에서 외쳐지는 우리의 지역색은 국가 차원의 현안이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붕어는 친구가 낚시에 물려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덥석 미끼를 문다. 그래서 붕어의 기억력은 불과 1초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의 기억력이 붕어를 닮아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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