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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에서 녹색으로/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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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에서 녹색으로/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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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에는 정치적 상징이 들어 있다. 과거에는 빨간색이 공산당을 연상시키는 기피(忌避)색이었다. 최근 한국색채연구소가 전국의 1,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냉전체제가 무너진 후 이런 의식이 바뀌었다. 이제 빨간색(15%)은 흰색(49%)에 이어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색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월드컵 예선전에서 기세를 떨쳤던 「붉은 악마」의 응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1978년 서독에서 녹색당이 창당되었다. 이 당이 83년 처음으로 서독의회에 진출하자 스페인 스웨덴 영국 일본 등에서도 잇달아 녹색당이 탄생했다. 반핵·환경·여성운동을 정치조직화한 이 당은 정치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바꾸었다. 최근 두명의 한국 문학평론가가 녹색문학이라는 기치를 들고 평론집을 내놓았다. 문학에서의 녹색당인 셈이다.

■김욱동 서강대 교수의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와 이남호 고려대교수의 「녹색을 위한 문학」이 그것이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영원한 것은 저 생명의 나무의 녹색뿐」이라는 괴테의 말을 책머리에 인용한 김교수는 요즘 문학적 주제와 사회적 관심의 중심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옮겨가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이를 새롭고도 희망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교수 역시 풀 한 포기라도 소중히 여기는 태도는 다른 학문에서 보다도 문학적 표현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이제 녹색은 피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이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좋은 녹색문학으로 김소월 윤동주의 시와 박완서 이태준의 소설등을 꼽고 있다. 1세기 전에는 절망적이고 퇴폐적인 「세기말 문학」이 유행했었다. 지금 20세기말의 전체적 문학현상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녹색문학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환경이 심하게 파괴되고 있다는 의미다. 더 무섭고 절박한 경고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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