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를 퇴진시키기 위해 힘을 합쳤던 인도네시아 재야가 하비비의 대통령 승계를 놓고 분열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강력한 반정부 목소리를 내왔던 재야 회교지도자인 아미엔 라이스는 22일 『족벌주의의 냄새가 남아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새 내각에 대해 반감을 나타냈으나 『하비비 정부에 3개월간의 여유를 주자』는 전날의 유보적 지지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이밖에 회교 등 대부분 종교그룹 지도자들은 아미엔 라이스와 큰 차이 없이 일단 관망자세로 물러섰다.
반면 이날까지 국회에서 수천명 정도가 남아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52개 대학생그룹 대변인은 『하비비는 수하르토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새 내각에 대한 평가에 앞서 하비비의 취임 자체에 반대한다』며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국민협의회(MPR) 특별회의를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의사당 주변에 22일 하비비 신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양측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양측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100여명의 군병력이 의사당 주변에 긴급 배치됐으나 각 5,000여명의 학생과 하비비 지지자들은 서로 주먹질을 하고 돌을 던지며 상반되는 구호를 외쳤다.
대부분 회교 단체에 속해있는 하비비 지지자들은 『하비비 만세』를 외친 반면 학생들은 『하비비 타도』 『수하르토 재판회부』등의 구호를 외쳤다.
○…위란토 군총사령관은 22일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힘과 시간의 낭비」라고 일축했다.
위란토 장관은 이날 하비비 대통령이 단행한 조각에서 국방장관으로 유임된 후 기자들과 만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것은 찬반양론이 있기 때문에 힘과 시간의 낭비임은 물론 국가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하르토의 지명에 따른 하비비의 취임 및 잔여임기 수행이 적법한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인도네시아 인권감시단체인 법률구조협회의 밤방 위조얀토 이사장은 『수하르토의 지명에 따라 하비비가 권력을 승계한 절차는 헌법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에 따르면 하비비는 대통령이 될 수 없고 단지 『대통령 직무대행 또는 서리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헌법전문가 유스릴 이흐자 마헨드라는 『권력이양 절차는 45년 헌법에 따른 적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하르토는 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카르타 정보개발연구소(CIDS)의 우마르 주오로 연구원은 『새 내각 구성을 볼 때 수하르토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수하르토의 영향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자카르타=장인철 기자>자카르타=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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