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후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아온 검찰의 북풍관련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수사의 결론은 안전기획부가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북풍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 정재문의원등 14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함으로써 정계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관련자 처벌도 일단락됐다.이번 수사로 북한이 김대중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대남 정치공작을 벌인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놀라운 것은 안기부가 이 공작을 역이용해 대대적인 김후보 낙선공작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검찰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상대하기 쉬운 후보」의 당선을 유도하기 위해 97년 7월부터 베이징(北京)에 합동 공작팀을 파견해 오익제(吳益濟) 편지 등을 우송하고, 우리측 공작원들과 접촉하며 김후보의 대북밀약설등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선거때마다 북풍시비가 일어나고, 그것이 막판에 분위기를 바꾸곤 했는데, 그 실체가 안기부의 공작이었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동안 안기부가 나라를 위해 일하기보다 정권의 시녀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난과 의심이 끊이지 않았지만, 북한 공작원들과 합작까지 하면서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것은 용서받기 어렵다. 지난 대선뿐 아니라 중요한 선거때마다 그런 공작을 벌였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더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서울 국제우체국에 접수된 오익제씨 편지를 공개하지 말라는 당시 김영삼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이 언론에 보도하게 했다는 것은 역대 권력의 창출에 깊숙이 개입해 온 정보기관의 속성을 짐작케 한다.
안기부가 여당후보 당선을 위해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선거개입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발표문에 따르면 권전안기부장은 간부회의에서 『사상을 믿을 수 없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없지 않느냐』며 이회창후보 지원활동을 공식 지시하고, 직원 200여명을 연고지역에 파견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공식회의에서 이런 지시를 할만큼 노골적이었으니 관권의 선거개입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은 일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로는 김대중대통령이 명백한 피해자고, 과거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의 상당부분은 안기부 공작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편파수사라는 인상을 주게되면 사건의 본질까지 의심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여야에 쏠리는 의혹을 공정하게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안기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북과 내통하면서 선거에 개입했던 부도덕한 과거를 뼈 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이름까지 바꾸었으니 진정 국가에 이로운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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