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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32년 독재/수하르토 하야 긴박했던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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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32년 독재/수하르토 하야 긴박했던 24시간

입력
1998.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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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밤 軍마저 등돌려 ‘白旗’/100만 시위무산 잠시 안도/대학생 3만명 국회농성/라이스 가세 오후부터 반전/집권당도 “즉각퇴진” 통첩/수하르토 긴급회의 소집/위란토 “사퇴만이 해결책”/美도 사임촉구 ‘상황끝’역사는 과연 밤에 이루어지는 것일까. 수하르토의 사임결정도 20일 밤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수하르토가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던 19일 낮부터 21일 오전9시(현지시간) 사임에 이르기까지 자카르타에서는 약 36시간 가까이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긴박한 드라마가 전개됐다.

수하르토는 일체의 공식행사를 취소한 채 센다나 대통령관저에 머물면서 각계 지도자를 잇달아 만나는 등 점진 개혁을 통한 집권연장에 주력했다. 반면 의회와 학생·재야는 수하르토의 이같은 제안을 거부하고 농성을 계속하며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위란토 군총사령관을 정점으로한 군부는 이 과정에서 초기에 중립을 유지하다가 막판인 20일 밤 수하르토의 「명예퇴진」을 유도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학생들의 국회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르모코 국회의장이 수하르토의 즉각 사임을 공식 요구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갔다. 수하르토는 이에따라 19일 오전 메르데카 대통령궁에서 인도네시아 최대의 회교단체인 나들라 훗둘 울라마(NU)의 지도자 압두르라흐만 와히드를 비롯한 각계 지도자 9명과 위란토 군총사령관, 프라보우 수비안토 전략군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30분간 사태 수습방안을 협의했다. 이때 각계지도자는 수하르토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으나, 결국 ▲조기총선 ▲개혁위원회 설치 ▲국민협의회(MPR) 소집 후 수하르토 후임 선출 ▲수하르토의 차기 불출마 등에 합의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졌다.

19일 예정보다 2시간 가까이 늦어진 개혁안 발표 이후 자카르타의 분위기는 일단 수하르토의 「점진 개혁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NU지도자 압두르라흐만 와히드는 학생들에게 『시위를 중단하라. 이제 수하르토는 퇴진할 예정이다. 당신들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20일 「민족각성의 날」을 맞으며 결정적 반전을 이루게된다. 당초 100만 시위를 촉구한 회교 재야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는 이날 아침까지만해도 자카르타 지역 라디오 새벽 방송을 통해 『군은 전쟁에 준하는 시위진압태세를 갖췄다.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시위를 자제하자』고 말하는 등 입장변화를 시사하는 듯 했다. 또 독립기념탑(모나스)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시위역시 군의 삼엄한 경계에 따라 무산되고, 사딜라 공보장관은 21일 개혁위원 명단을 발표키로 하는 등 자카르타의 긴장은 일순 소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부터 인도네시아 전국의 50개 대학생 3만여명은 18일부터 일부 학생들이 농성을 계속해온 국회로 집결, 수하르토의 점진 개혁안을 거부하며 수하르토의 즉각 사퇴와 총체적 개혁을 계속 촉구했다. 학생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아미엔 라이스와 인도네시아대 경제학과 교수인 에밀 살림 등 재야지도자도 농성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수하르토 즉각 퇴진의 압력이 오후들어 다시 가중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국회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집권 골카르당의 직능대표의원 조직인 FKP 소속 의원 173명은 이날 낮부터 5시간에 걸친 비공개회의를 갖고 투표로 ▲3개월 내 MPR 소집 ▲수하르토 및 하비비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하르모코 국회의장은 또다시 『22일까지 수하르토대통령은 퇴진해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MPR 특별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9명의 지도자에 포함된 헌법 전문가 유스릴 이흐자 마헨드라는 『MPR특별회의에서 수하르토의 즉각퇴진을 요구할 경우 이는 법적으로 대통령탄핵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수하르토의 전임자인 수카르노가 대통령 탄핵절차를 거쳐 물러났듯 수하르토 역시 같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수하르토는 국회의 즉각 사퇴요구에 직면해 21일 개혁위원명단 발표등에 대한 대책회의를 취소하고 사딜라 공보장관, 수드하르모노 전부통령, 헌법전문가 유스릴 이후자 마헨드라 등과 대통령궁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때 만 하룻동안 중립을 지켰던 위란토 군총사령관은 군사령관 3명 및 인도네시아 경찰총장 등과 별도의 협의를 갖고 이날 자정 전에 수하르토에게 즉각 사퇴만이 유일한 국면타개책이라는 군의 최종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하르토 32년 독재의 마지막 보루인 군이 등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의 수하르토 즉각 사임촉구는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뒤인 하오 10시께 전격 발표됐다.<자카르타=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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