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는 4원 흑자 대기업 6.70원 적자/차입경영인한 금융부담이 主因/1,000원어치 팔아 64원 利子·31원 환차손/차입금비중 54.2% 美·대만 2배 넘어지난해 국내기업들의 영업성적표는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최악이었다.
기업들이 얼마나 실속있는 장사를 했는지를 나타내는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사상 최저치인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는데 이는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이자등 이것저것 다 빼고나면 3원의 적자를 봤다는 뜻이다. 완전히 헛장사를 한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4원의 흑자라도 낸 반면 대기업은 6원70전의 적자를 내 대기업들의 경영이 더 방만함을 입증하고 있다.
80년에도 적자성적표를 냈지만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마이너스 0.18%로 작년보다는 나았다. 한국전쟁이후 최대의 국난이란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헛장사의 주범은 금융비용
외형성장은 그럭저럭 유지됐다. 지난해 국내제조업체들의 매출액증가율은 11.0%로 오히려 96년(10.3%)보다 나았다. 월급을 동결하거나 깎으면서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6년 12.91%에서 작년엔 11.4%로 낮아졌고 광고선전비, 접대비, 임대료부담도 상대적으로 모두 줄었다. 그런데도 96년엔 1,000원어치를 팔아 1원의 흑자를 남겼지만 작년은 3원의 적자를 낸 것이다.
원인은 금융비용에 있다. 무차별적 차입으로 금융비용 부담률이 5.8%에서 6.4%로 높아졌다. 일본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은 1%, 대만은 2.2%에 불과하다.
적자영업의 또다른 원인은 환차손. 작년 하반기이후 환율폭등과정에서 제조업체들은 총 12조7,940억원(매출액 대비 3.1%)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96년(1조3,730억원)보다 10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결국 1,000원어치를 팔아 64원은 이자로, 31원은 환율로 뜯긴 셈이다. 인건비·경비절감등 허리띠를 졸라매 푼돈을 아꼈지만 이자와 환율로 앉아서 고스란히 몇십배의 목돈손실을 입은 것이다.
■빚더미위에 올라앉은 기업들
금융비용부담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빚이 많다는 것. 지난해 국내제조업체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96.3%로 400%에 육박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10억원인데 빚은 40억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미국기업은 15억3,500만원, 일본 19억3,200만원, 대만은 8억5,7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대기업 부채비율은 390%, 중소기업은 418.4%로 재무구조면에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본금중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4.2%. 미국기업은 25.6%, 일본은 33.1%, 대만기업은 25.6%에 불과했다. 반면 총자본중 자기자본비율은 국내 제조업체가 20.2%인 반면 미국은 39.4%, 일본 34.1%, 대만은 53.9%나 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재무구조로 본다면 국내기업 상당수가 부실기업인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부채비율을 내년까지 미국 일본수준인 200%로 낮추라고 한 것도 이런 재무구조로는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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