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삶 소리없이 실천 기증약속자 올해만 5,000여명강서구청 7급공무원 마성남씨(41)는 요즘 운전면허증을 꺼내보는 것이 습관처럼 돼 있다. 지난달 운전면허증에 처음 붙힌 장기기증 스티커를 보기 위해서다. 이 스티커는 교통사고등으로 뇌사상태에 빠질때 자신의 장기를 남을 위해 모두 기증하겠다는 약속의 징표. 그는 스티커를 볼때마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깨닫는다고 했다. 매달 박봉의 봉급에서 일부를 떼내 구청내 불우가정을 8년째 돕고 있는 마씨는 「나누고 사는 것만이 진짜 삶」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마씨처럼 올들어 4월말까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장기기증의사를 밝힌 사람은 모두 5,174명. 장기기증운동본부 이원균 과장은 「IMF한파에도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열기는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과장은 「서민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기기증 희망자중에는 더러는 실직 이후 새로운 삶의 읨를 찾으려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장기기증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91년 1월 최초의 민단운동단체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당시만 해도 장기기증 희망자는 거의 없었다.신체는 부모님에게 물려받는 것이라는 뿌리깊은 유교관념때문. 이제 이 운동은 탄력이 붙었다.
장기기증운동본부의 의욕적인 활동은 국민들에게 「몸」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몸도 재물처럼 이웃을 위해 나누어줄수 있는 선행의 대상이라는 깨달음이다. 91년 3,692명에 불과했던 장기기증희망자는 지난해 2만1,745명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기증자중에는 혈육이 아닌 전혀 모르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지금 당장이라도 떼주겠다고 희망한 사람이 4,078명이나 된다. 이들 때문에 지금까지 385명의 신장환자와 그 가족들이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시신기증과 함께 뇌사자에 의한 장기기증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평생모은 재산은 물론 육신마저 모두 세상에 진 빚이라면서 기꺼이 내놓은 칠순의 할머니, 7명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세상을 떠난 24살의 권투선수,그리고 의학발전을 위해 해부학교실에 시신을 기증한 한 교육자의 사연들은 어두운 IMF시대에 빛이다. 「장기기증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자선행위」라고 강조하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박진탁본부장은 「장기기증을 통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기심과 불신의 높은 벽을 허물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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